저금리 통장 깨 외화ㆍ펀드에 공격 투자 … 日本개미들이 변했다
올 3월 은행에서 정년 퇴직한 시노미야 히로시씨(60).35년간 은행에서만 근무했지만 그는 퇴직금 6000만엔(약 4억8000만원)을 한 푼도 은행 예금엔 넣지 않았다.

금리 연 0.5%의 정기예금에 넣어 봤자 한달에 받는 이자가 2만5000엔(약 20만원)으로,그 돈을 갖고는 부부가 생활할 수 없어서다.

그는 퇴직금의 절반은 연 7% 수익이 보장되는 뉴질랜드 채권펀드,나머지 절반은 주식형 신탁상품에 투자했다.

주식형 신탁은 연 10% 정도 수익률을 내고 있다.

이렇게 투자해 월 43만엔(약 340만원)의 이익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시노미야씨 처럼 일본의 개미(개인투자자)들이 변했다.

과거 일본인들은 여윳돈만 생기면 무조건 은행에 예금했다.

성향 자체가 보수적이어서 리스크가 있는 주식 등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일본이 항상 저축률 세계 1위였던 이유다.

그러나 최근엔 일본인들도 바뀌었다.

'예금에서 투자'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고 있다.

통계가 이를 말해준다.

노무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주식이나 채권 등 투자상품을 파는 투자신탁사와 투자자문회사 신탁은행 생명보험사의 지난 3월 말 신탁잔액은 413조엔(약 3300조원)에 달했다.

2003년 3월 말과 비교해 200조엔 정도가 증가한 것.반면 은행 예금 잔액은 게걸음이다.

금년 3월 말 530조엔으로 지난 4년간 6% 정도 밖에 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초 저금리다.

현재 일본 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는 연 0.35~0.50%.은행 예금 이자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개인들은 최대한 수익을 올리지 않으면 안되는 처지다.

일본의 전후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團塊)들이 올해부터 본격 퇴직하면서 노후자금을 굴려야 하는 투자 수요가 발생한 것.은행 예금으론 노후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단카이들은 '투자'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일반 가정도 마찬가지다.

오랜 불황의 터널을 지나면서 일본 기업들은 임금 인상을 극도로 억제했다.

도요타자동차 같은 대기업 사원도 10년 이상 봉급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

일본의 평범한 가정주부들이 엔캐리 트레이드(싼 엔화를 팔아 고수익 외화에 투자하는 것)를 주도하는 '와타나베 부인'(Mrs.Watanabe♥해외 투자에 나선 일본의 가정주부를 통칭)이 된 것은 이유있는 변신이다.

일본 캐피털파트너스증권 석송규 이사는 "일본의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예금에서 투자로 포트폴리오를 급속히 재편하고 있지만 아직도 보유자산 중 예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은 상태"라며 "앞으로도 개인 자금이 예금에서 이탈해 투신상품으로 유입되는 현상은 지속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