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없는 신인' 김광현(19)이 프로야구 최고의 무대에서 생애 최고의 투구로 한국시리즈 분위기를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정규리그 1위팀 SK 와이번스는 26일 잠실구장에서 계속된 2007프로야구 한국시리즈(4선승제) 4차전에서 고졸 신인 김광현의 눈부신 역투 속에 조동화와 김재현이 연속타자 홈런을 터뜨려 최고투수 다니엘 리오스가 선발로 나선 두산 베어스를 4-0으로 완파했다.

홈구장에서 1,2차전을 모두 패했던 SK는 적지에서 3,4차전을 거푸 따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 한국시리즈 사상 최초로 대역전극을 꿈꾸게 됐다.

지난 해까지 한국시리즈에서 1,2차전을 한 팀이 모두 이긴 경우는 11차례였고 초반 2연패를 당한 팀이 역전 우승을 차지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SK는 한국시리즈에서 최초로 2연패 뒤에 2연승을 거두며 사기가 크게 치솟아 남은 경기에서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리오스와 김광현의 선발 투수 대결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으로 비교됐지만 김성근 SK 감독의 승부수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며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기적이 연출됐다.

시즌 22승5패, 평균자책점 2.07, 승률 0.815로 투수 삼관왕에 오른 리오스는 한화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8이닝 무실점,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는 완봉승을 거두며 17이닝 연속 무실점으로 쾌조의 컨디션을 이어왔다.

그러나 리오스는 지난 22일 1차전에 이어 사흘만 쉬고 나온 탓인지 이날은 타자를 전혀 압도하지 못했다.

3차전부터 물오른 SK 방망이는 초반부터 폭발했다.

1회초 선두타자 정근우가 좌전안타로 포문을 열었고 2번 조동화의 잘맞은 직선 타구가 두산 2루수 고영민의 글러브에 빨려들어가 병살타가 됐지만 SK는 김재현이 우중간 2루타, 이호준이 중전 적시타를 날려 선취점을 뽑았다.

2회에는 2사 1,2루에서 정근우의 직선타구가 이대수의 다이빙캐치에 걸려 추가득점에 실패했다.

그러나 4회까지 6안타로 리오스를 공략하던 SK는 5회초 예상치 못한 장타가 폭발했다.

1사 뒤 타석에 나선 조동화는 볼카운트 1-2에서 조동화의 3구째 몸쪽 낮은 144㎞짜리 직구를 걷어올려 우측 펜스를 훌쩍 넘겨버렸다.

여러차례 찬스를 잡고도 추가 득점에 실패해 1-0으로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SK 입장에선 그야말로 천금같은 홈런.

특히 조동화는 지난 2001년 프로에 데뷔한 뒤 홈런이라곤 2005년에 때린 단 한개 뿐이었지만 2차전에 이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만 두 방을 쏘아올렸다.

승부의 추가 SK쪽으로 기우는 가운데 이어 나온 김재현은 다시 리오스의 몸쪽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측 펜스를 넘어가는 연속타자 홈런을 터뜨려 3-0으로 달아났다.

결국 5이닝 동안 9안타를 맞고 3실점한 뒤 패전의 멍에를 쓰고 마운드를 내려가고 말았다.

반면 시즌 3승7패에 그쳤던 약관 김광현은 생애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최고시속 150㎞를 넘나드는 불같은 강속구과 예리한 슬라이더, 낙차 큰 커브를 간간이 섞어던진 김광현은 5회까지 볼넷 2개만 허용하고 단 1안타도 맞지 않는 완벽한 투구로 리오스를 압도했다.

SK는 김광현의 역투 속에 6회초 1사 1,3루에서 패스트볼로 1점을 추가해 4-0으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경기 종반까지 두산 타자들을 윽박지르며 마운드를 지배한 김광현은 7⅓동안 삼진 9개를 솎아내며 1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뒤 SK 팬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전날 16안타를 터뜨렸던 SK는 4차전에서도 장단 13안타를 몰아치며 포스트시즌 사상 최초로 2경기 연속 선발타자 전원안타를 기록했다.

이번 시리즈에서 SK 타선의 핵으로 떠오른 김재현은 솔로홈런을 포함해 5타수 2안타를 기록, 포스트시즌 9경기 연속안타를 이어갔다.

팀 타선이 갑자기 가라앉은 두산은 6회 1사 뒤 이종욱이 우전안타를 날려 노히트노런의 수모를 겨우 면하는데 그쳤다.

심각한 부진에 빠진 두산의 간판타자 김동주는 이날도 안타를 치는데 실패해 한국시리즈에서 11타수 무안타의 난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5차전은 27일 오후 2시 잠실구장에서 열리며 SK는 1차전 패전투수였던 케니 레이번, 두산은 2차전 승리투수였던 맷 랜들을 각각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이충원 장현구 노재현 기자 shoeless@yna.co.krchungwon@yna.co.krcany9900@yna.co.kr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