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내용 삭제한 시행령개정안 차관회의 통과

독과점 기업이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가격을 부당하게 책정하는 행위를 규제하려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시도가 결국 재계 등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28일 "가격남용 규제 내용에 대한 규제개혁위원회의 철회 권고를 검토한 결과 이를 수용키로 결정하고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입법과정에서 규개위의 권고를 무시하기 어려운 데다 시행령 개정안의 입법 절차를 다음달 초로 예정된 시행일까지 완료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삭제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규개위는 공정위의 시행령 개정안중 가격남용 규제관련 내용에 대해 철회를 권고하고 나머지 내용은 통과시킨 바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가격남용 규제관련 내용을 삭제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25일 열린 차관회의에 상정해 통과시켰으며, 오는 30일 열리는 국무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대신 입법예고했던 개정안 내용중 가격남용 관련 부분을 제외한 ▲채무보증제한 금융기관에 상호저축은행 포함 ▲상호출자에 대한 탈법행위 유형 추가 ▲담합중 경매.입찰담합 유형 상세화 ▲과징금 부과한도 기준개정 등은 그대로 유지됐다.

공정위가 추진했던 시행령 개정안은 독과점 기업의 부당한 가격 변경행위만 제재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현행 시행령에 부당한 가격결정 행위를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독과점 기업이 가격을 부당하게 올리거나 내리는 것 뿐 아니라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부당하게 책정하는 행위도 규제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재계는 이 내용이 직접적인 가격규제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경제에 반하고 세계적인 경쟁법 운용추세와 한국의 규제완화 추세를 모두 거스르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전경련은 "가격이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점을 간과하고 공급 요인에 의존해 가격 규제를 실시하려는 것은 70년대식 물가관리정책"이라며 "가격 수준을 문제 삼는다면 기업의 창의적 활동과 경제의 효율성에 치명타를 입힐 우려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공정위 관계자는 "추진 과정에서 우리의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오해가 있었다"면서 "일단 가격남용 규제 내용을 빼고 나머지 내용을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