朱相龍 < 홍익대 상경대학장 >

국내 펀드시장 규모는 지난 8월 현재 267조원,계좌 수 1855만에 이른다.

하지만 가계금융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 수준으로 미국(22%)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질적으로도 자산배분과 같은 선진투자문화 정착 미흡,내국인 위주의 투자자,다양한 투자수단 부족,판매사에 종속된 취약한 수요기반 등은 펀드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펀드는 은행 예금과 달리 손해를 볼 수 있는 위험 상품으로 가입 결정 및 사후(事後) 관리 시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판매사에 의존하고 있어 금융선진국에 비해 판매사의 역할 및 신뢰도가 펀드산업 활성화에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판매사는 고객성향 파악,펀드선정,펀드 위험고지,성과 피드백,포트폴리오 재조정,펀드 환매와 같은 계좌관리서비스 등 판매 전 단계에 걸친 투자 상담서비스를 해야 하며 서비스 수준에 적절한 판매수수료와 보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행 펀드수수료는 판매서비스에 대해서는 판매수수료(일시에 지불하는 비용으로 판매시점에 지급)와 판매보수의 이중(二重) 가격체계로 구성돼 있어 펀드투자자들은 은행,증권회사 등 펀드판매사들의 서비스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판매수수료 이외에 판매보수를 부과하는 현행 수수료 체계에 많은 불만을 느끼고 있다.

만약 펀드 판매 사후서비스 불만에 대한 해결책으로 일시에 판매보수를 폐지한다면 판매사는 판매수수료 수입 증대를 위해 펀드의 잦은 환매 및 단기 투자를 초래하고 판매 사후관리를 더욱 부실하게 할 가능성마저 커진다.

또 투자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펀드가입기간 4년 미만 투자자들은 높은 판매 수수료로 인해 거래비용이 저렴하고 단기매매가 가능한 타 금융상품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져 장기적으로 펀드산업의 발전을 저해시키는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게 된다.

따라서 서비스가 부실하니 가격을 깎아야 한다는 접근보다는 어떻게 판매사가 고객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로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펀드산업 현실을 고려할 때 서비스 질과 가격경쟁 촉진 원칙하에 다음과 같은 판매수수료 및 보수 개선방안들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장기적으로는 판매보수 폐지를 목표로 하되 국내투자자들의 펀드관리 수준을 고려해 점진적인 인하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펀드시장 확대와 펀드투자 대중화도 이제 성숙돼 가고 있는 과정이다.

시장이 이미 성숙되고 장기투자가 정착된 선진시장을 기준으로 제도를 변경한다면 장기투자 문화 정착에 적지 않은 부작용이 예상된다.

금융선진국인 미국의 금융규제당국(SEC)도 판매보수 규정인 '12b-1'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2004년 개선시안을 마련했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장기과제로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 온라인 전용펀드 출시,우체국 단위농협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다양한 판매채널 도입을 통한 효율적 경쟁구도 확립이다.

셋째 서비스 수준에 따라 가격이 차별화되도록 판매사별 상이한 판매서비스 및 자산관리수준,동일 판매사 내에서도 거래금액,거래채널,서비스제공 수준에 따른 다양한 판매수수료와 보수체계의 도입이다.

일률적이고 강제에 의한 가격인하는 서비스의 하향 평준화와 같은 역기능을 부를 수 있다.

넷째 투자자 보호를 위한 판매수수료와 보수,서비스범위,위험 등 투자자 고지의무에 대한 감독 강화다.

다섯째 펀드산업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투자자문,자산배분,사후관리 등 종합자산관리서비스가 판매보수의 축소 및 폐지에 따라 유명무실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투자자에게 지속적으로 제공되는 계좌관리서비스 개념을 도입하고 이에 대한 보수의 도입이다.

펀드투자는 보험상품과 같이 판매시점에 향후의 결과를 확정하거나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투자 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가이드와 포트폴리오 조정이라는 서비스가 꼭 필요한 상품이란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국증권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