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孝秀 < 영남대 교수·경제학 >

한국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산업경제에서 지식경제로 이행해야 한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숙명의 문제다.

한국은 이미 고임금 경제이고 신제품개발,디자인,과학기술,고부가가치서비스 산업 등에서 선진국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더 이상 도입기술,저임금 반숙련 노동력,대량생산체제에 기반한 가격경쟁,즉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으로 기업이나 국가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섬유 기계 등 전통산업이든 미래지향적 성장동력 산업이든 관계없이 한국이 글로벌마켓에서 취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은 지식노동력에 의한 지속적 혁신을 통한 리드-업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우리가 산업경제의 인프라를 잘 구축해 산업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것과 같이,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이제 지식경제가 꽃필 수 있는 토양과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식경제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지식경제 인프라 구축의 핵심 전략 가운데 하나는 세계수준의 지역거점대학을 육성하는 것이다.

이는 지역의 지식경제 인프라로서의 기능을 하면서,지식노동력 양성이나 지식의 생산 공급 능력이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대학을 의미한다.

미국은 거의 모든 주(州)에 세계 수준의 지역거점대학들을 갖고 있고,중국과 인도는 국가가 전략적으로 세계 수준의 지역거점대학을 육성하고 있으며,이미 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글로벌 마켓에서 국가경쟁력은 지역경쟁력에서 나온다고 한다.

이것은 실리콘밸리라든지 샌디에이고 BT클러스터와 같은 혁신클러스터가 첨단 고부가가치산업의 온상이 되고 있고,혁신클러스터는 본질적으로 공간개념에 기초하고 있어 지역단위로 구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혁신클러스터의 성장 동력은 바로 세계 수준의 지역거점대학이다.

세계 수준의 지역거점대학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수도권에 인구 300만명 단위에 1개씩,지방에 인구 200만명 단위에 1개씩 전국에 20개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

세계 수준의 지역거점대학은 그 대학이 개설하고 있는 모든 분야가 아니라 국가 성장 동력산업이나 지역전략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세 개 내지 네 개 분야의 대규모 융합형 연구센터를 설립해 특성화 분야로 지정하고 국가가 지원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육성하는 것이다.

특성화 연구센터는 대학원과정만 둘 수 있고,교수는 특성화 연구센터와 관련 학과에 겸직할 수 있게 하되 특성화 연구센터의 인사규정 적용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세계 수준의 지역거점대학은 특성화 분야에 속하는 교수의 인사,승진,보수 등을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구축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세계수준의 지역거점대학을 중심으로 지역혁신 클러스터를 구축해야 한다.

세계 수준의 지역거점대학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지역경제권역별로 대학 및 전문대학이 참여하는 대학컨소시엄을 형성해 성공사례를 확산시키는 전략을 구사하면 지역지식경쟁력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세계수준의 지역거점대학이 형성되면 캐치-업 전략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리드-업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초·중·고·대학 유학에 지출되는 막대한 유학비용을 줄일 수 있고,인재의 유출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세계 수준의 지역거점대학 육성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이면서 동시에 국가균형발전을 실현할 수 있다.

지난주에 개최된 글로벌 인적자원포럼이 세계적 석학과 CEO들이 대거 참여하는 등 규모나 내용면에서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지식경제로의 이행 필요성과 이를 위한 인적자원개발의 중요성이 국제적으로 크게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인적자원포럼은 대학의 혁신,기업의 혁신적 인재전략,국가 인적자원 전략과 사회적 파트너십의 중요성 등을 확인했는데,이 모든 전략의 성공은 대학 경쟁력 확보에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