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대규모 재건축 입주단지가 잇따르면서 집값이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서울 강남권에 내년에도 초대형 입주단지가 잇따라 쏟아질 것으로 예상돼 향후 주택가격 동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내년에 서울 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권 3개구에서 공사가 마무리돼 신규 입주를 하게 될 3000가구 이상 '매머드급 재건축 단지'만도 5곳(2만4741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내년 서울지역 전체 입주예정 아파트(5만1000여가구 추산)의 절반에 육박하는 물량이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집값 움직임의 중심역할을 해온 강남권에 이 같은 대규모 입주물량이 집중될 경우 매매.전셋값 동반약세는 물론이고,수도권 집값도 올해에 이어 하향 안정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잠실에서만 1만8000여가구 집들이

서울 강남권에서 입주예정 아파트가 집중적으로 쏟아질 지역은 송파구다.

내년 여름에만 무려 1만8105가구의 재건축 아파트가 완공될 예정이다.

우선 내년 7월 잠실 주공2단지(5563가구)를 시작으로 8월 잠실 주공1단지(5678가구),9월 잠실 시영(6864가구) 등 초대형 단지 집들이가 잇따른다.

특히 송파구의 경우 작년 말부터 송파구 잠실 주공4단지를 재건축하는 '레이크팰리스(2678가구)'와 잠실 주공3단지를 헐고 짓는 '트리지움(3696가구)' 등이 한꺼번에 입주를 시작하면서 이미 단기 공급과잉 상태를 보이면서 거래공백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송파구는 올해 내내 매매가와 전셋값 내림세가 지속되고 있다.

실제 잠실주공 1단지 분양권 가격은 올해 초 10억원에서 5000만원 정도 빠진 상태며 주변 문정동 일대 아파트 가격도 평형별로 5000만원 이상 내려앉았다.

송파구에 이어 강동구에서도 내년 6월쯤엔 강동 시영1단지를 재건축하는 '롯데캐슬퍼스트(3226가구)'가 입주를 하게 된다.

또 서초구에선 연말께 3410가구 규모의 반포 주공3단지 집들이가 예정돼있다.

다만 올해 대치 아이파크 등 3155가구의 신규 입주단지가 있는 강남구는 내년에는 대단지 입주가 없다.

◆강남권 집값 하향세 지속될 듯

전문가들은 내년 재건축 단지 입주가 잇따르면서 강남권 매매가와 전세가가 모두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사장은 "대출규제 등 각종 부동산 투자제한정책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입주아파트가 대거 쏟아지는 것은 집값하락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올해의 거래공백 현상이 내년에는 더욱 심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PB센터 부동산팀장은 "송파구 일대는 재건축 단지 입주가 집중되는 6~9월까지 물량쇼크로 새 아파트와 기존 아파트 모두 하락세가 지속되다가,입주물량의 임대가 해소되는 연말 이후부터나 가격반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입주 물량이 송파구 주변으로 몰려있지만 그동안 주택시장 연동관계를 고려할 때 압구정,대치동 등 강남 고가아파트 밀집지역으로 집값 약세가 확산될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