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주로 들여오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가격인 두바이 유가가 배럴당 82.6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우리 경제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임계치에 거의 육박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연구소가 두바이 유가(연평균)가 배럴당 84~85달러 선을 넘어서면 우리 경제에 과거 오일쇼크 때와 유사한 타격이 유발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선다면 연평균 유가는 임계치보다 낮아지겠지만 국제 원유의 수급 균형이 깨진 데다 추가 공급에도 한계가 있어 유가 하락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해외 유가 전문가들은 대부분 '국제 유가 100달러 시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 타격 본격화되나

두바이 유가는 지난 26일 배럴당 82.60달러로 전날보다 2.07달러나 상승했다.

하루 상승폭만 2.57%에 달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 원유(WTI) 선물가격은 1.40달러 오른 91.86달러를 기록,배럴당 100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게 됐다.

브렌트유 가격도 88.69달러로 1.21달러 상승했다.

특히 두바이 유가는 경제에 타격을 주는 임계치에 육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국제 유가 전망 보고서에서 세계경제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두바이 유가 임계치를 84달러 이상으로 전망했다.

이는 환율과 석유 의존도 차이를 반영할 경우 1974년 1차 오일쇼크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우리 경제가 견딜 수 있는 두바이 유가 임계치를 85달러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항공 해운 석유화학 자동차 등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기업들은 이미 원가 상승과 제품 수요 감소,물류비 상승이라는 삼중고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고유가로 국내외 자동차 수요가 늘어나지 않고 정체상태에 머물러 있다"며 "소비심리가 악화돼 자동차 수요가 지금보다 더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유가 90달러시대가 되면 석유화학부문의 생산 비용이 50% 가까이 늘어난다.

대한항공은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3000만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와 함께 국제 유가 상승은 속도 면에서 환율 하락을 압도하고 있다.

최근 한 달여 동안 원.달러 환율이 2.2% 급락했지만 그동안 두바이 유가는 11.4%나 급등했다.

환율 하락이 국제 유가 상승 효과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인 것이다.

◆투기자금 유입이 유가급등 부추겨

추가적인 유가 상승을 점치는 견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케빈 노리시 바클레이스캐피털 에너지분석가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원유 시장의 긴장감을 지속적으로 높일 것"이라며 "유가 100달러 시대의 문이 열렸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가 이란 정예군인 혁명수비대 등을 테러 지원 세력으로 지목,새로운 경제 제재를 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중동 지역의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한껏 높아졌다는 진단이다.

칩 호지 MFC글로벌매니지먼트 애널리스트도 "원유 시장엔 가격을 끌어올릴 요인만 가득하다"며 "유가가 100달러 시대에 접어드는 데 방해가 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컨설팅업체인 '에너지시큐리티'의 사라 에머슨 이사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라는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되는 수치로 다가가면서 원유 시장이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에 빠져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가 100달러 시대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언'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켜 '실제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투기 자금의 유입에도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원자재 컨설팅업체인 리터부시앤드어소시에이츠의 짐 리터부시 사장은 "새로운 기록이 새로운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가 신기록 행진을 계속하면서 새로운 투기자금이 몰려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건호/안재석/정재형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