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후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 있는 동천모자.공장 내 여기저기 놓인 재봉틀 앞에선 여공들의 손놀림이 한창이다.

얼핏 봐서는 여느 공장과 다를 것이 없는 풍경.하지만 이들 직원의 대다수가 청각이나 발달 장애를 갖고 있다.

실제로 전체 70명의 직원 중 45명이 중증 장애인으로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계층을 고용하며 힘과 용기를 북돋워 주고 있다.

2001년 설립된 동천모자의 모태는 발달 장애인을 위한 복지법인인 '동천의 집'. 동천의 집 원장을 함께 맡고 있는 성선경 대표는 "장애 어린이들이 커 가면서 취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우연히 모자 공장을 견학한 뒤 꼼꼼함과 섬세함을 필요로 하는 모자 제작이 장애인에게 적합하다는 판단이 들어 회사 설립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이란 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회사 경영을 해 본 적이 없었던 성 대표는 사기도 많이 당했다.

특히 2002년 월드컵 땐 부도를 맞기도 했다. 또 장애인들의 경우 생산성도 일반인들의 3%가량에 불과해 성 대표는 남몰래 속앓이도 많이 했다.

그러나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돌면서 회사 경영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연매출 10억원을 달성했고 올해는 12억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납품 대상 회사도 MLB,EXR,HEAD,Converse,Helly Hansen,New Ballance 등 고급 브랜드가 대부분이다.

성 대표는 "샘플을 가지고 큰 기업들을 돌아다닐 땐 선입견을 가질까 봐 일부러 장애인이 만든 것이란 얘기는 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품질이 좋기 때문에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되어도 물건을 반품하는 경우는 없다"고 전했다.성 대표는 별도의 디자인 전문 인력을 두고 특허 2건 실용신안 3건을 획득하는 등 품질 경영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도 나눔 경영을 실행하는 사회적 기업이 늘고 있다.

최근 노동부는 사회적 약자인 취약 계층에 일자리나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동천모자를 비롯 36개 기업 및 복지재단 등을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했다.

노동부는 이들 기업에 세제,인건비 등을 지원해 줘 사회적 기업이 더욱 확산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 놓고 있다.

사회적 기업은 효율성과 이윤 극대화보다는 자선과 나눔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가치를 둔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등불을 밝히는 희망의 전령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 고양에 위치한 유기농 쿠키 생산 기업 위캔쿠키(대표 조진원 수녀)는 정신지체 장애인 40명을 고용해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있다.

이곳에서는 100% 우리 밀 땅콩 검은깨로 만든 건강 쿠키 12종을 생산 판매한다.작년 매출은 5억8000만원 정도.자립이 어려운 취약 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영리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아직 손익 분기점은 넘지 못한 상태이다.

그만큼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조 대표는 "고급 원료를 쓰다 보니 마진이 적은 데다 판로 개척과 마케팅에 큰 어려움이 있다"면서 "이번 사회적 기업 인증으로 마케팅이 좀 더 활성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폐컴퓨터 재활용 업체인 컴윈(대표 권운혁)도 양질의 인력보다는 나눔 경영이란 측면에서 기업을 영위하고 있다.

전체 직원(17명)의 80% 이상이 기초생활 수급자나 차상위 이내 계층으로 채워져 있다.

지난해 매출은 13억6000만원 정도.권 대표는 "일반 회사들은 사회적 기업에 대해 거래라기보다는 기부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번 (사회적 기업) 선정을 계기로 직원들의 사기가 올라가고 영업 마케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두식품과 세종장애아동후원회,안심생활지원사업단 등도 탈북자나 장애아,저소득층 고령자를 고용해 자활 의지를 북돋워 주고 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