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품공업협회는 신세계 이마트가 최근 PL(자체 브랜드)상품 품목 수를 3000여종으로 늘려 판매하면서 일부 제조업체 브랜드를 구석으로 밀어내거나 아예 철수시키는 등 '우월적 지위 남용에 따른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식품공업협회 관계자는 29일 "이마트를 제소하는 방안을 식품업체들과 논의 중"이라며 "방침이 확정되는 30일이나 31일쯤 공식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이마트가 고객 눈에 가장 잘 띄는 이른바 '골든 존'(고객시선 10도가량 아래쪽)과 '엔드 캡(end cap·진열대 끝 모서리 공간)'에 PL상품을 집중 배치하면서 제조업체 브랜드들을 밀어낸 것은 명백한 불공정 행위라고 주장했다.

예컨대 통로쪽 핵심 매대에 있던 즉석밥 1위 CJ햇반은 PL상품인 이마트 '왕후의 밥'에 밀려 뒤켠으로 밀려났다는 것.

일부 식품은 아예 납품이 중단됐다.

코카콜라의 생수 '순수'는 이마트 얼음골샘물이 등장하면서 매장에서 철수했다.

풀무원도 NB(제조업체 브랜드)인 '워터라인'을 빼고 4병을 묶은 풀무원 샘물을 NPB(제조업체 브랜드와 자체 브랜드의 결합)형태로 이마트에 단독 입점시키고 있다.

식품공업협회 측은 또 이마트가 PL상품의 매출을 홍보하기 위해 영업기밀인 상품의 1일 판매량을 해당 납품업체의 허락을 받지 않고 공개해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마트 전단을 통해 납품업체 상품과 PL상품 가격을 비교해 부각시키고 있는 것도 불공정 행위로 봐야 한다는 게 식품업계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공정위에 넘어갈 사안인지 의문스럽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공급업체로부터 상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곳으로 상품 진열 등 판매 방식에 대해 고유 권한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PL 중심으로의 상품 전략 변화는 제조업체들을 죽이려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해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가격을 제시하자는 취지"라며 "제조업체들도 원가를 공개해 적정 마진을 찾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재혁/박동휘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