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 哲 鎬 < 국민고충처리위원장 ilpa-song@ombudsman.go.kr >

나만 겪은 가슴앓이는 아닐 것이다.

세계 지도에서 한반도를 지켜볼 때마다 늘 가슴이 답답했다.이 넓은 세상에서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작은 것일까.

시베리아는 기가 질리게 했고 캄차카반도는 뚝 떼어와 우리나라에 붙이고 싶었다.알래스카는 부럽기 짝이 없었고 만주벌판은 분해서 선조들을 원망하게 했다.

이 답답함은 일종의 폐쇄공포증으로 발전하기도 했고 극복 불가능한 콤플렉스로 뿌리 내리기도 했다.오죽했으면 초등학교 때 튀밥 장수에게 우리나라 지도를 주면서 튀겨 달라고 졸라대 온 동네 어른들의 웃음거리가 되었을까.

그런데 최근에 이상한 변화를 감지했다.한반도의 왜소성과 폐쇄성에 대한 답답함이 많이 해소되어감을 느끼는 것이다.왜 그럴까.곰곰이 생각해보니 두 가지 정도의 새로운 경험이 나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우선은 세계 여러 도시에서 많은 해외동포를 만난 것이 갑갑증 해소제가 된 것 같다.

전 세계에 700만명에 가까운 동포가 흩어져 살고 있다던데,어디 그들이라고 국민고충이 없겠는가.이것에 착안해 시작한 것이 해외동포 고충민원 상담 프로그램이다.실적이 쌓여 가면서 특이한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가 해외동포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것보다 그들이 우리를 더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동포들의 활동으로 온 세계가 우리 민족의 앞마당이 되어가고 있음을 배웠다.

다음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에 대한 재해석이 답답함을 풀어주고 있는 것 같다.과거 한반도는 강대국 사이에 갇혀 세력의 각축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우리가 오히려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6자회담 진전과 남북관계의 발전이 현재 추세대로 진행된다면 한반도는 머지않아 과거 우리를 괴롭혔던 세력들의 상호견제와 균형 때문에 자연스럽게 평화지대로 존중받게 될 것이다.그때쯤 미ㆍ중ㆍ일ㆍ러가 공동의 활동무대를 선택한다면 어디가 가장 좋겠는가.당연히 한반도다.한반도는 과거의 뼈아팠던 지정학적 약점이 이제 오히려 세계의 수도로 입지할 수 있는 강점이 되어가고 있다.

앞서 말한 희망적 관점대로라면 이제 답답함이 말끔히 씻어졌어야 한다.그러나 그렇지 못하다.너무 많은 대립과 갈등이 우리의 에너지를 낭비시키고 있다.동과 서,자본과 노동,빈과 부,남과 여,중앙과 지방….'문제는 외부에,해결은 내부에!'수업이 시작되자마자 칠판에 적어 놓고 생각해 보라던 고등학교 시절 국어선생님의 가르침이 자꾸만 떠오르는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