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色)'과 '계(戒)'는 불가에서 인간의 심리 중 두 가지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는 동시에 그 욕망을 경계하고 조심하는 마음도 갖고 있죠.금지된 아픈 사랑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색,계(色,戒)'는 동성애를 다룬 전작 '브로크백 마운틴'과 자매같은 영화입니다."(이안 감독)

올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색,계(色,戒)'의 국내 개봉(11월8일)을 앞두고 이안 감독과 주연 여배우 탕웨이가 한국을 찾았다.

이안 감독은 2005년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과 아카데미 감독상,2000년 '와호장룡'으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1996년 '센스 앤 센서빌리티'로 베를린영화제 금곰상(그랑프리)을 받은 거장.2004년 베이징 미스유니버스 최종심에 오른 탕웨이는 데뷔작 '색,계'에서 대스타 량차오웨이(양조위)와 호흡을 맞추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안 감독은 2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실연 논란을 빚은 '색,계'의 파격적인 정사신과 관련,"과거에는 사랑에 대해 보수적이고 평범한 관점을 지녔었지만 중년이 되면서 젊었을 때 나타내지 못했던 격정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탕웨이는 "11일 동안 찍은 정사신은 영화에서 가장 의미있는 장면이기 때문에 쑥스러움 등 다른 생각들은 모두 버리고 몰입했다"며 "정사에서 보여지는 육체의 움직임은 언어 등으로 드러낼 수 없었던 두 주인공의 감정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오디션을 통해 신인 탕웨이를 캐스팅하는 모험을 한 이안 감독은 "신선하면서도 외유내강의 이미지를 가진 탕웨이는 장아이링 원작 소설의 여주인공 이미지를 그대로 빼닮았기 때문에 발탁했다"며 "갖은 고생 끝에 좋은 연기를 보여줘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탕웨이는 "이안 감독은 어떤 장면에서든 원하는 걸 절대 포기하지 않는 분"이라며 "많은 것을 가르쳐주신다는 점에서 '교장 선생님' 같았다"고 소개했다.

'색,계'는 1930~40년대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항일운동을 하는 여성 스파이와 첩보 대상인 친일파 고위 인사 간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누구도 믿을 수 없었던 정보부 대장 이(량차오웨이)와 자신을 꼭 믿게 만들되 마음만은 주지 말아야 하는 왕치아즈(탕웨이)의 비극적인 사랑이 펼쳐진다.

남녀성기 노출로 미국에서는 제한상영등급(NC-17),중국에서는 30분 삭제로 상영됐지만 국내에서는 무삭제판으로 개봉된다.

이안 감독은 "항일시대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색,계'는 역사적 배경으로 볼 때 중국 주변국 가운데 한국 관객들이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