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싸우고 경제성장을 이어가겠다."

세계 역사상 '첫 선출직 부부 대통령'이 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키르치네르 아르헨티나 집권 승리당 후보(54)의 당선 일성은 '경제'였다.

2000년대 초반 아사 직전까지 갔던 경제를 일으켜 세워 연평균 9%의 성장을 일군 남편인 현 대통령 네스토르 키르치네르의 업적을 계승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경제는 남편! 외교는 힐러리?'

페르난데스가 당선된 데는 남편의 후광이 크게 작용했다.

키르치네르 현 대통령은 지난 4년의 집권 기간 중 매년 9%의 경제성장을 이뤘고,실업은 지난 15년간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

이번 페르난데스의 승리도 남편이 이룬 경제 실적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과 지지가 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상원의원으로서의 정치 경력과 탁월한 연설능력도 그의 지지도를 높여줬다.

그는 남편의 '중도 좌파' 정책을 근간으로 근로자에 대한 처우 개선과 빈민을 위한 주택 건설,교육에 대한 투자 등을 강화하는 가운데 '성장'에 더욱 무게를 싣는 변화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좌파 민족주의적 색채에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적 정책을 추구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페르난데스는 대선 출마 후엔 친(親)기업적 성향을 분명히 했다.

페르난데스는 남편의 경제 실적을 이어가기 위해 적극적 외교 정책을 통해 대외 통상과 무역 확대를 추진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중남미 지역의 반미 기수인 베네수엘라의 경제 지원을 받음으로써 간극이 벌어졌던 미국과의 관계 회복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페르난데스는 집권 이래 대외적 외교 활동을 거의 해오지 않은 남편과는 대조적으로 유세 기간 중 이미 미국과 유럽을 순방하는 등 외교적 지평을 높이려는 노력을 해왔다.

특히 힐러리가 집권에 성공할 경우 두 여성 대통령간 협력관계가 구축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아르헨티나가 울지 않긴 어려울 것"

페르난데스 당선자의 앞길이 장밋빛은 아니다.

키르치네르 대통령이 남겨놓은 에너지 위기와 높은 인플레이션이란 숙제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아르헨티나는 최근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고 있으며 지난 9월까지 물가상승률이 7.5%를 기록할 정도로 인플레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야당은 정부가 물가 통계를 조작했으며 실제 물가상승률은 25%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내년 20% 이상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의 압박과 2002년 이후 동결해온 전기료를 인상해 달라는 에너지 업계의 요구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관심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차기 '에비타'(가난한 자를 대변했던 아르헨티나의 퍼스트레이디)를 맞은 아르헨티나가 눈물을 흘리지 않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