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MBA 공화국'이라 부를 만하다.

한 해 평균 8000여명 정도가 해외 경영전문대학원(MBA스쿨) 진학의 필수 조건인 GMAT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인구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인구 13억명인 중국에서 GMAT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은 1만여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국내 MBA스쿨들이 대거 출범하면서 비즈니스 스쿨에 대한 관심은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국내 직장인들 사이에 핫 이슈로 부상한 MBA스쿨의 실체는 무엇일까.


지난 24일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3일 동안 개최된 글로벌 HR포럼 2007 특별좌담에서는 '성공적인 비즈니스 스쿨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이 사회를 맡았고,미국 버클리 하스 비즈니스 스쿨 학장을 지낸 리처드 리온스(현 골드만삭스 인재양성 최고임원),필리핀 최고 비즈니스 스쿨인 ESA 공동 설립자 하이메 산토스 부총장,박헌영 이화여대 경영대학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한국 MBA스쿨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점쳤다.

이를 위해서는 아시아 경제 전문가를 양성해 중국,인도로 배출하고 한국 기업 케이스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특히 기업의 윤리경영이 중요해진 이 시대에 비즈니스 스쿨은 사회와 조직에 책임을 다할 줄 아는 윤리적 리더여야 한다는 데도 입을 모았다.

▲사회(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아시아지역 MBA는 아직 세계 랭킹에서 순위권에 들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한국 등 아시아 대학들이 직면한 과제는 세계적인 비즈니스 스쿨을 키우는 것이라고 본다.

성공적인 비즈니스 스쿨은 뭔가.

▲리처드 리온스 골드만삭스 인재양성 최고임원(CLO)=아시아라는 지역적 장점을 잘 살려야 한다.

최근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은 인도에 분교(executive education programme)를 설립하기로 했다.

하버드 관계자가 "급성장하는 인도의 지역경제를 본토에서 직접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 것처럼 세계 기업과 학교가 아시아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을 한국 MBA가 백분 활용해야 할 것이다.

▲하이메 산토스 필리핀 ESA 부총장=한국이나 필리핀의 MBA스쿨이 성공하려면 한국뿐 아니라 중국,인도 등 다른 아시아 국가로 진출할 기회를 학교가 적극적으로 마련해줘야 한다고 본다.

▲리온스=중국이나 인도의 비즈니스 스쿨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일본은 경제 규모에 비해 비즈니스 스쿨의 경쟁력이 약하다.

이 틈새를 한국 MBA스쿨들이 치고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장 학장=골드만삭스의 인재양성 책임자로서 골드만삭스 홍콩 본사 채용시 미국 본사 출신을 고용하겠는가 아니면 아시아 경제에 능통한 한국 MBA스쿨 출신을 뽑겠는가.

▲리온스=(웃음)어려운 질문이다.

내가 채용한다면 한국 MBA 출신을 뽑겠다.

지역 전문가를 기르고 싶은 게 내 생각이다.

▲장 학장=글로벌 경쟁에서 성공하려면 한국 MBA스쿨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가까운 한국 기업을 잘 활용해야 한다.

이미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수준인데,비즈니스 인재를 키워내는 MBA스쿨이 성공하지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박헌영 이화여대 경영대학장=고속도로를 가는데 앞차만 쫓아가면 2등밖에 못한다.

아시아만의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국내 MBA스쿨들이 개발하고 있는 한국 기업 케이스가 미국식 비즈니스 스쿨을 앞지를 발판이 될 것으로 본다.

▲산토스=한국 기업 사례 연구는 아직까지 누구도 밟지 않은 신천지와 같다.

삼성전자,LG전자 등 기업들의 성공 사례를 분석하고 이들에 대한 케이스를 작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리온스=2004년 하스 비즈니스 스쿨의 학장으로 지낼 당시 우리는 MBA스쿨이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결국 조직의 '이노베이션(혁신)'을 이끄는 리더를 배출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박 학장=혁신은 유에서 무를 창조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비즈니스에서 필요한 리더는 여기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야 한다.

조직 전체가 새로운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영감(insperation)'을 불어넣는 게 중요하다.

영감은 혁신보다 넓은 개념이다.

▲산토스=영감은 또 분위기이다.

무언가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배우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비즈니스 스쿨도 특별한 지식을 주입하기보다는 스스로 배우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박 학장=맞다.

예를 들면 기업회계를 배운다면 지식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왜 이 지식을 배우는지 또 이 지식을 어떻게 적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장 학장=하지만 리더의 덕목으로 한 가지를 더 꼽고 싶다.

바로 '윤리적 리더십'이다.

▲리온스=좋은 지적이다.

미국의 비즈니스 스쿨은 19세기 말 탄생 후 시대의 요구에 따라 끊임없이 변해왔다.

1930년 대공항 이후엔 포드주의적 효율성을 커리큘럼으로 가득 채웠고,1070년 오일 쇼크 때는 슘페터의 혁신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 기업들의 이슈는 윤리경영이다.

▲산토스=앞으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윤리경영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비즈니스 스쿨 역시 이 변화를 쫓아가야 한다.

ESA는 윤리적 리더 양성을 위해 학생과 사회 빈민층이 함께 사업을 운영하는 1 대 1 멘토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리온스=최근 파이낸셜 타임스는 톱50 MBA스쿨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독립적인 윤리과목(stand-alone ethics course)의 비중을 묻는 조사인데 전체 응답 학교의 25%가 독자적인 윤리 과목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1988년 조사 때에 비해 5%포인트 늘어난 수치이다.

▲장 학장=비즈니스 스쿨에서 윤리 교육이 중요해진 이유는 최근 경제계의 리더들이 각종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경제계 리더가 조직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과 책임을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현업에서도 윤리에 우선 순위를 둘 수 있다고 본다.

정리=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