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제 연주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는 힘듭니다.

지금 이 순간도 쇼팽 콩쿠르 때와 다른 색깔의 연주를 하고 있으니까요."

미국 뉴욕에서 활동중인 '스타 피아니스트' 임동민씨(27)가 내달 1~4일 서울,대전,구미 등지에서 동유럽의 명문 슬로바키아 필하모닉과 협연 콘서트를 연다.

그는 이번 연주회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브람스 교향곡 1번,드보르작 교향곡 9번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공연을 앞두고 지난 29일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임씨는 "제 팬들은 음악에 대한 평가가 냉정하기 때문에 요즘 연주회 준비를 잘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한다"면서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공연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국립음악원 출신인 임씨는 2005년 동생인 임동혁씨와 함께 최고 권위의 쇼팽 콩쿠르에서 2위 없는 공동 3위에 오르며 국제 무대에서 데뷔했다.

그동안 동혁씨의 연주는 테크닉이 화려한 반면 동민씨는 안정감 있으면서도 맑은 음색을 갖고 있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최근 그의 연주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변화의 첫 신호탄은 지난 3월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선보인 쇼팽의 '스케르초' 연주.선명하고 맑은 음색에 부드러움과 원숙미가 더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통영 연주는 제가 생각해도 그리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실력이 늘었는지는 앞으로 많은 연주에서 스스로 검증해야 할 것입니다."

임씨는 이번 연주회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1번'.베토벤 작품으로는 상당히 격정적이지만 그는 '협주곡 1번'이 가진 남성미와 함께 특유의 섬세함도 살려낼 작정이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지금까지 제가 연주해온 협주곡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될 곡이기 때문에 공부하는 차원에서 선택했습니다.

베토벤의 초기 작품인 이 곡은 그의 격정이 담긴 후기작들과는 차이를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음악을 늦게 시작한 만큼 길게가는 음악인이 되고 싶다"며 "앞으로 많은 연주회를 통해 질적으로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공연 이후에도 12월 대구와 내년 1월 도쿄에서 연주회를 갖는다.

내년 3월에는 런던 위그모어 홀 공연도 예정돼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