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운노조가 자정과 개혁을 선언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해마다 취업비리가 터지니 참 안타깝고 화가 납니다.

2005년 항운노조가 노무인력 독점권 포기로 일궈낸 항만개혁조치가 무색할 지경입니다."

조직적인 취업비리로 대국민 사과까지 했던 부산항운노조가 취업 대가로 9억원의 '검은 돈'을 챙겼다가 경찰에 적발되자 항만업계 관계자들은 '아직도 이 같은 비리를 저지르고 있으니 부산항의 경쟁력이 높아지겠느냐'며 걱정했다.

취업과 전보,승진을 미끼로 한 금품수수관행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뿌리깊게 박혀있는 셈이다.

이번 비리사건을 수사한 한 경찰은 "항운노조의 취업비리는 구조적인 문제"라며 "부패사슬을 끊을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없이는 지속적인 경찰 수사 외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항운노조의 비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항운노조는 2005년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로 고질적인 취업비리가 터지면서 된서리를 맞았다.

당시 수많은 조합관계자가 조사를 받았고 전ㆍ현직 위원장 등 31명이 구속되는 등 커다란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난해 6월에도 항운노조 인사위원장이 조합원 인사비리로 구속됐다.

무역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계에선 돈을 주고 일자리를 얻은 뒤 승진하면 본전을 뽑기 위해 다시 돈을 받는 형태로 부패의 사슬고리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 항운 노조원도 "현장 노조원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노조 간부들은 승진 등에서 그 성과를 챙기고 있다"며 "취업 승진 등을 빌미로 노조들이 자행한 비리는 법의 준엄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의 생명은 투명성과 민주성임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며 "노조를 최소 사회집단의 민주주의 실험장이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2005년 채용비리가 터졌을 당시 큰 절을 하면서 대국민 사과를 했던 항운 노조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국민들로서는 이번엔 노조의 어떤 사과도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다.

부산=김태현 사회부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