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일본의 경제주간지 닛케이 비즈니스는 세계 IT(정보기술)업계의 강자로 급부상한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해부하는 특집을 실었다.

이 잡지는 "삼성의 경쟁력은 '인재제일'이란 고 이병철 회장의 인재중시 경영이 오늘의 삼성을 일군 기본적인 정신적 토대가 됐다"고 분석했다.

뛰어난 기술력과 잘 짜여진 마케팅조직도 삼성의 현재를 이룩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지만,세계 최고의 핵심인재를 대거 확보한 노력이 삼성 경쟁력의 근간이라는 것.

사실 국내 기업 중 삼성 만큼 인재확보에 열성적인 곳도 없다.

1994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좋은 인재 한 명이 10만명을 먹여살릴 수 있다'는 천재경영론을 제시한 이후 계속된 '인재경영'은 많은 기업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삼성의 미래를 밝게 보는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대목 역시 바로 삼성이 구축한 막강한 '인재군(群)'에 있다.

◆창조경영형 인재를 키운다

삼성은 그동안 이 회장의 뜻에 따라 '천재형' 인재 확보에 주력해왔다.

대표적인 게 'S급'인재다.

삼성은 현재 핵심인재를 'S(Super)급'과 'A(Ace)급''H(High Potential)급' 등으로 나눠 각종 특전을 제공한다.

이 가운데 S급 인재의 경우 웬만한 사장급 연봉을 웃도는 급여를 지급하는 등의 대우를 해준다.

또 이들 S급 인재에 대해서는 각 계열사 사장이나 주요 임원들이 직접 '멘토'를 맡아 철저하게 관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경우 윤종용 부회장과 각 총괄 사장들이 매달 핵심인재를 직접 면담할 정도다.

삼성은 또 핵심인재 영입을 위해 CEO들이 직접 해외 각지를 발로 뛰도록 하고 있다.

삼성전자 CEO들의 경우 미국 일본 등 선진국가들과 인도 중국 러시아 등 인재 풀이 풍부한 국가들에 출장갈 때 비즈니스 활동 외에 직접 현지에서 인재 스카우트 활동도 벌인다.

이 같은 삼성의 인재경영은 올 들어 더욱 분주해졌다.

이 회장이 지난해 설파한 새 경영화두인 '창조경영'을 위해선 이를 뒷받침할 창조적 인재 발굴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실제 이 회장은 올 초에도 "우리나라 경제가 앞서가는 일본과 뒤쫓아오는 중국 사이에 끼여 있는 이른바 '샌드위치'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제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바꾸고 우수한 인재를 키워 천재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15만 임직원 모두를 초일류 인재로

삼성그룹이 핵심인재 발굴에만 주력하는 것은 아니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한두 명의 핵심인재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빠른 실행력을 위해선 전 임직원들을 일류급 인재로 키워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게 삼성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삼성 각 계열사들은 사내 전 임직원에게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교육의 기회는 △사내 교육프로그램과 △해외 지역전문가 및 MBA과정 등 두 가지다.

그룹의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3가지 사내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첫 번째는 '리더십개발센터'.이 센터는 임원부터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리더십과 혁신역량을 배양케 하는 곳이다.

두 번째로는 글로벌마케팅연구소를 들 수 있다.

이곳은 사내 모든 마케팅 인력에게 높은 수준의 실천력과 상황대처능력을 키우는 교육을 실시한다.

첨단기술연수소도 삼성전자의 대표적 사내 교육프로그램이다.

1990년 설립된 이 연수소는 해외 주요 대학과 연계해 기술엔지니어들에게 통신,광학 등 첨단기술을 교육하는 곳이다.

해외 지역전문가 제도도 빼놓을 수 없는 삼성만의 독특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1990년 도입된 이 제도는 입사 3년 이상인 사원부터 차장급까지의 직원들에게 1년간 해외 특정지역에 거주하면서 현지 문화와 시장상황 등을 조사케 하는 것이다.

삼성은 또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2년 과정의 MBA 코스도 지원하고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