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300명이 넘는 '파릇파릇'한 젊은 친구들에게 둘러싸였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그룹 인재개발원에서 신입사원들과 대화시간에 참석한 것.

2시간 동안 이어진 이날 대화에서 박 회장은 신입사원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함께 '피'가 되고 '살'이 될 충고를 함께 건넸다.

"마치 자식을 대하는 아버지의 모습 같았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임직원들과 허물 없이 지내는 박 회장의 '스킨십 경영'은 사실상 '인재 경영'과 동의어라는 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설명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인재경영'의 시작은 총수에서부터 비롯된다.

고 박인천 창업주가 설파한 인재육성 철학은 고 박성용 회장을 거쳐 박삼구 회장에 이르면서 한층 체계화됐다.

'인재경영'이란 용어가 생소했던 1990년 박성용 회장이 개설한 '금호아시아나 MBA(경영학 석사) 과정'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2000명이 넘는 '전문가'를 배출했다.

금호아시아나의 인재경영은 입사와 함께 시작된다.

우선 공채로 입사하면 한달 동안 합숙교육을 받게 된다.

극기 훈련에서부터 봉사활동에 이르기까지 '금호아시아나인'이 되기 위한 기본적인 소양을 기르는 시기라는 게 그룹의 설명이다.

입사 후 1년까지는 배치된 회사에서 직접 업무를 다루며 '현장 교육'을 받게 된다.

관리자가 되면 현재 연세대와 서강대를 통해 위탁운영하는 '금호아시아나 MBA 과정' 교육을 받는다.

교육을 받는 동안에도 급여 및 상여는 물론 출장비와 복리 후생지원비도 평소와 똑같이 지급받는다.

'공부하는 것도 업무의 일환'이란 이유에서다.

임원이 되면 인재개발원에서 8박10일짜리 합숙 교육이 기다린다.

금호아시아나를 이끌 차세대 리더로 선발된 만큼 그에 걸맞은 소양을 길러주기 위해서다.

교육은 주로 대학교수나 외부 전문가들이 맡는다.

재무 인사관리 협상전략 마케팅전략 노사관계에 이르기까지 임원으로서 알아야 할 모든 분야가 망라된다.

신규 임원 교육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빈틈없이 진행된다.

강의 위주로 진행되는 낮시간 수업이 끝나면 자율학습으로 저녁시간을 보내야 한다.

신규 임원 교육과정 이수 시험 때문이다.

특정 과목의 점수가 70점에 못 미칠 경우 재시험을 치러야 하는 만큼 대부분 임원들이 '죽기 살기'로 공부한다고.

신임 임원 교육은 금호아시아나 그룹 임원이 받는 교육의 시작일 뿐이다.

매년 재교육이나 자기계발을 통해 성과를 평가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임원들은 해마다 3박4일 일정으로 주로 재무 분야를 중심으로 재교육을 받고 있다.

새해가 되면 열리는 전략경영 세미나도 큰 틀에서 봤을 때 임원교육의 하나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합숙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교육을 통해 임원진과 팀장급들을 재충전시킨다"며 "직급에 맞는 업무능력을 갖추도록 단계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다.

임원 및 팀장들은 다달이 첫째주와 셋째주 금요일에 '금요경영특강'에 참석해야 하며,일주일에 세 번은 '금호아시아나 전문 아카데미'를 위해 시간을 비워둬야 한다.

매월 둘째주 금요일에는 한·중 우호협회 주최 정기 초청 강연회가 열린다.

각계의 저명인사들이 강단에 서는 이 자리에서 금호아시아나의 차세대 역군들은 기업경영에 필요한 다양한 이론과 전략을 되새기며,비즈니스 교양도 익히게 된다.

금호아시아나는 인재발굴에도 적극적이다.

"우수한 인재 없이는 기업을 이끌어 나갈 수가 없다"는 박 회장의 지론에 따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해외 MBA 출신 인력을 적극 스카우트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인력 정예화가 그룹 역량을 끌어올리는 핵심요소임을 감안해 교육 프로그램을 짤 때 인재개발원 뿐만 아니라 그룹 전략경영본부도 함께 참여한다"며 "앞으로 신입사원부터 임원에 이르는 단계별 교육 프로그램을 한층 더 짜임새있게 꾸밀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