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신용카드 빚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에 이은 '금융위기의 뇌관'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경제 전문잡지 포천은 "미국인들의 신용카드 부채가 9150억달러로 불어났다"며 "경기가 둔화돼 카드 빚 상환이 문제가 될 경우 또 다른 금융 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카드 부채 9150억달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관련된 채권 9000억달러보다 많은 수준이다.

포천은 실제 신용카드 연체율이 높아지는 등 상황이 악화될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대형 신용카드사들이 대손충당금을 늘렸다고 전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최근 카드부문 대손충당금을 44%까지 늘렸다.

캐피탈원과 뱅크오브아메리카,워싱턴뮤추얼 등 대형 은행들도 카드부문 대손충당금을 각각 20% 이상으로 증가시켜 쌓았다.

씨티그룹도 지난 3분기 결산 때 22억4000만달러를 소비자신용 충당금으로 적립했다.

씨티그룹의 게리 크리텐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씨티카드 고객의 미상환 잔액이 증가하고 현금 인출도 늘어났다"며 "이는 앞으로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카드 부채가 무더기로 상환불이행 상태에 빠질 경우 해당 은행의 손실도 크지만 신용카드 부채와 연계된 채권가격도 폭락해 이를 보유한 연기금과 헤지펀드 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 못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다만 신용카드 부채의 부실화는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서브프라임의 폭발력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