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제지 및 폐지업계에 따르면 관련회사들은 '중국발 싹쓸이'로 불거진 폐지파동에 대처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폐지공동유통판매법인을 오는 12월1일 설립키로 했다.
이 법인에는 한솔제지 신대양제지 대양제지 동일제지 아세아제지 아세아페이퍼텍 고려제지 등 폐지를 원료로 쓰는 백판지 및 골판지원지 생산업체 7곳과 50여 폐지업체가 참여한다.
자본금은 14억원(양측이 각각 7억원씩 출자). 이 가운데 제지 7사는 1억원씩 출자했으며 폐지업체는 현재 40여개사가 1500만원씩 냈다.
법인설립을 맡은 제지업체 관계자는 "시화공단의 신대양제지 빌딩에 사무실을 임대해 오는 12월1일 출범 목표로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양측이 각각 7명씩 동수로 이사회를 구성해 이달 중 총회를 열고 법인의 정관 인력구성 운영방침 등을 확정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법인은 폐지 구매와 공급,수출.입 등 수급 및 품질 안정 기능을 맡게 된다"며 "이에 따라 제지 및 폐지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1974년 정부지원으로 폐지재생촉진센터를 세워 수급안정을 꾀하고 있다.
제지업계가 폐지유통법인 공동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최근 불거진 폐지파동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등을 앞두고 골판지 수요가 급증하자 미국 동남아 한국 등에서 폐지를 '싹쓸이' 수입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한국으로부터 폐지를 높은 가격으로 대량 수입해가자 국내 제지업계는 폐지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폐지가격은 연초 t당 7만5000원에서 현재 t당 14만원 선으로 86%나 올랐다. 이 가격에도 구입이 어렵자 일부 골판지 원지업체들은 공장을 멈추거나 가동률을 낮추고 있는 실정이다.
폐지 중국 수출량은 지난해 9만t에 불과했으나 올 들어 9월까지 24만1700t으로 168%나 급증했다.
국내 제지업체들의 국산폐지 사용량은 연간 745만t(8300억원어치)에 이른다.
제지업계 한 관계자는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폐자원의 재활용이 중요하다"면서 "빠른 시일 내 폐자원 관리에 대한 법제화 등 정부의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대만 등은 폐지 수출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는 '강건너 불구경'하듯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