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최근 도시계획 조례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당산동과 성동구 성수동 일대 준공업 지역 9곳에 아파트 등 공동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이번 개정안은 서울시의 주택 정책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잘못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동안 서울시는 공장용지가 30%가 넘는 준공업 지역에 공동 주택을 못 짓게 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서울이 베드타운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갑자기 '노'에서 '예스'로 규칙을 바꿔 버렸다.

이유인즉 어떤 도시공학적 고민 때문이 아니라 서울시가 저지른 잘못을 주워 담기 위해 취한 조치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의 원죄는 작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등포구 양평동2가 일대 주민들은 열심히 주택 재개발 절차를 밟고 있었다.

서울시가 2004년 확정한 재개발 기본계획상 이 지역이 재개발 대상이었던 것.하지만 정식 구역 지정을 앞두고 서울시는 돌연 "양평동 2가에 공동 주택을 지을 수 없다"고 지역 주민에게 통보했다.

도시계획상 준공업 지역이란 이유였다.

주민들은 서울시의 엇갈린 정책 때문에 피해를 봤다며 서울시에 맹공을 퍼부었다.

난감해진 서울시는 결국 이 지역 주민을 선의의 피해자로 인정하고 공동 주택을 건설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줬다.

나머지 8곳도 같은 경우다.

서울시가 제 잘못으로 발생한 이들 9곳의 민원을 들어 주면서 '준공업지역 공동주택 불가' 원칙은 일단 무너져 버렸다.

이를 지켜본 서울 시내 다른 준공업지역 주민들은 당장 민원을 제기했다.

왜 그쪽만 해 주느냐는 주장이었다.

서울시는 일단 "사업 대상 지역을 확대할지 여부는 양평동 등 시범사업 대상 지역의 사업 시행 과정을 지켜보면서 신중히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며 슬쩍 넘어가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건은 서울시가 제 잘못을 덮기 위해 스스로의 원칙을 깨뜨린 경우임이 명백하다.

이덕수 당시 도시계획국장은 문제가 불거지자 본지에 전화를 걸어 와 잘못을 인정하고 담당 공무원 징계를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징계 대상 공무원은 징계 대신 해외 연수 중이다.

서울시의 징계도,재개발 정책도 못 믿게 됐다.

이호기 사회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