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에 무게가 실리면서 한나라당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이 전 총재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주변에선 내주 중 거취 표명을 할 것이며 결국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총재 한 측근은 31일 "이 전 총재는 이미 마음을 정한 것으로 안다"고 했고,다른 측근은 "입장 표명을 미루기에는 세간의 이목이 너무 집중돼 있다"고 말해 조만간 태도를 밝힐 것임을 시사했다.

홍준표 의원도 "이 전 총재가 최근 몇몇 분들한테 전화를 걸어 '지식인 100인 선언'과 같은 형식으로 출마 촉구를 부탁하고 있다"면서 이 전 총재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캠프에는 비상이 걸렸다.

국민성공대장정 전국투어 중인 이 후보는 이날 부산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부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재를 포함했을 때 (이 후보의) 지지율이 전보다 낮게 나온다'는 질문에 "일어나지 않을 일(이 후보 출마)까지 여론조사에 넣을 필요가 있냐"며서 애써 의미를 축소했지만 내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 전 총재가)출마해선 안 된다"며 적극적인 만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데서 위기감이 묻어난다.

전여옥 최구식 박찬숙 의원 등 초선의원 9명은 이 전총재의 출마가 정권교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사실상 출마만류를 건의했다.

이 후보 측 선대위원장을 지낸 박희태 의원은 라디오대담에서 "10년 전 이인제씨의 경선 불복으로 대선에 패배했듯이 이 전 총재의 출마는 상황을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면서 "만약 이 전 총재가 출마한다면 선거일 직전까지 눈물겨운 노력을 해서 후보단일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조만간 이 전 총재를 직접 만나 불출마를 설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