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멀럴리 포드차 최고경영자(CEO·62)가 포드의 구원투수로 영입된 지 13개월이 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포드차의 경영 상황이 '한번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는 어려운 때'라며 멀럴리의 경영능력에 포드의 생사가 걸렸다고 지적했다.

◆조직장악과 혁신적 인사

멀럴리 CEO가 디어본 본사에 출근한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234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막대한 순손실과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퇴직금 지급을 위해 돈부터 꾸러 다녀야 했다.

한숨 돌리고 나자 보잉 CEO 시절 효과를 톡톡히 본 자신만의 조직 장악 방법을 꺼내들었다.

회사의 수뇌부를 꽉 틀어쥐는 것이다.

그는 먼저 매주 목요일 '주간 사업기획ㆍ검토 회의'를 신설했다.

임원들은 전원 참석해야 한다.

출장 중이면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하거나 상세한 리포트를 제출해야 한다.

멀럴리의 보잉 시절 동료 한 사람은 "주간 회의를 준비하려면 시간이 엄청나게 걸려 눈에 보이지 않는 반발이 심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멀럴리는 이 회의를 포드 경영진의 분열상을 극복하고 팀워크를 다시 꾸리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또 전사적으로 7만9200명에 달하는 인력 감축을 추진 중이다.

동시에 주요 핵심 보직에는 혁신을 이끌 인사들을 중용했다.

북미지역 엔지니어링 담당이었던 데릭 쿠잭을 글로벌 제품개발 및 엔지니어링·디자인 담당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그는 포드가 등한시해온 소형 및 경차 개발을 지휘하고 있다.

또 도요타의 고급차 렉서스 대표를 지낸 짐 팔리를 최고 마케팅책임자(CMO)로 스카우트했다.

멀럴리는 연구개발(R&D) 같은 장기 포석도 중시한다.

회사 재무 상태가 나쁘지만 하이브리드카,수소연료전지차 등 기술 개발에 매년 75억달러의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멀럴리는 이런 포드차 회생 프로젝트를 '미래의 포드 방식(Ford's Way Foward)'이라 부른다.

◆항공기 조종면허 있는 '냉혹한 CEO'


FT는 이번 시리즈에서 멀럴리를 '냉혹한 성향을 철저히 숨기는 상냥한 사람'으로 소개해 관심을 모았다.

멀럴리는 힘든 일에 쉽게 동요하지 않는 낙천적인 품성,항상 웃는 표정에 사교적인 성격의 소유자라고 가까운 사람들은 전한다.

미국 캔자스대에서 항공역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항공기 조종 면허를 갖고 있고 자기 사인 옆에 작은 비행기를 그리기를 즐긴다고 한다.

그러나 FT는 이런 모습들이 전부가 아니라고 전했다.

보잉 시절 한 동료는 "멀럴리는 정말 좋은 사람이지만 자존심이 너무 강해 상처받기도 쉬워보였다"고 회고했다.

또 보잉에서 경력을 쌓아가며 점차 냉혹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2001년 9·11 테러 사건이 벌어진 뒤 항공업계에 위기가 찾아오자 그는 가차없이 3만명의 인력을 잘랐다.

전체 인력의 3분의 1이었다.

보잉의 마케팅 담당 임원을 지낸 토니 브라이트는 "주간 경영회의에서도 보고가 실망스러우면 면전에서 엄청난 수모를 당해야 했다"며 강단 있는 멀럴리의 리더십이 포드차를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