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李, 스스로 진실을 밝혀라"
한나라 "제2김대업 만들지 마라"

미국 국무부가 31일 BBK주가 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사진)의 한국 인도를 승인하면서 그의 귀국이 대선 '태풍의 눈'이 될 전망이다.

대통합신당을 비롯한 여권은 BBK주가 조작 사건에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가 연루됐다며 집중적인 공세를 취해 왔다.

신당은 대선 판도 변화의 호재로 삼으며 이 후보의 진퇴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김씨의 귀국이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2002년 대선 당시'김대업식 공작정치'의 재판이 될 우려가 있다고 바짝 경계하고 있다.

◆송환 절차 및 수사 전망

김씨의 송환은 약 2주간의 한ㆍ미 간 실무 협의를 거친 후 11월 중순께 이뤄질 전망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김씨는 체포 영장이 발부된 상태이고 범죄인 인도 청구도 했던 만큼 비행기를 타는 순간부터 우리가 신병을 맡는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김씨의 △증권거래법 위반 △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횡령 및 사기 △사문서 위조 등 혐의를 수사할 전망이다.

김씨는 투자자문사 BBK를 세워 주가를 조작하고 옵셔널벤처스코리아 등을 운영하며 회사돈 384억원을 빼낸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이 후보의 큰 형인 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대주주로 있는 ㈜다스로부터 투자를 받은 것과 관련해 사기 혐의로 고소당했으며 미국으로 도피해 기소 중지된 상태다.

서울지검은 상은씨와 김재정씨가 소유한 도곡동 땅과 관련된 명예훼손 사건 등을 최근 종결했으나 김씨가 들어오면 추가 조사할 가능성도 있다.

◆대선 핵폭탄?

김씨의 귀국은 대선의 핵폭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수사가 속도를 내면 대선 전에 충분히 그 결과가 발표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BBK의 파괴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김씨가 새로운 내용을 내놓을지,그 주장의 신빙성과 객관성은 어느 정도인지 여부에 달려있다.

수사 결과가 이 후보와 BBK는 무관하다는 게 입증되면 이 문제를 집중 제기해 온 대통합신당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BBK주식을 단 한 주도 산 일이 없다"고 공언했던 이 후보가 연관성이 드러나게 되면 자칫 낙마 위기까지 몰릴 수 있다.

김씨의 입에 대선 판도가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최재천 대통합신당 대변인은 "BBK사건은 이 후보 도덕성의 상징처럼 되어 있어 대선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이 후보가 (BBK) 회사 설립과 운영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사기 과정에 얼마나 개입했는지를 스스로 말해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서 진퇴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반면 이 후보는 "우리는 김씨를 들어오게 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요구해 왔다.

검찰이 철저히 수사를 할 것으로 안다"며 "부당한 정치공작이 있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신당은 김씨를 제2의 김대업으로 만들려는 공작기도를 중지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홍영식/문혜정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