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예산 증가율을 보기좋게 꾸몄다는 '분식(粉飾)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정부가 너무 급하게 예산을 짜느라 여기저기 난 구멍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수천억원짜리 사업을 지원대상 선정 기준이나 평가 기준도 없이 예산안에 넣는가 하면,국회에 법안이 나가지도 않은 상태에서 예산안부터 짜놓은 사례도 있다는 것.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예산은 그 규모조차 집계되지 않아 정부와 국회가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점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예년에 비해 올해 예산편성 기간이 40일가량(120일→80일) 짧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지원기준도 없이 예산편성

올해의 경우 국가재정법 시행으로 각 부처가 기획예산처에 예산요구안을 제출하는 시기가 한 달(5월 말→6월 말) 늦어졌다.

대신 예산안 발표시기는 9월 말 또는 10월 초에서 남북정상회담 때문에 보름여가량 앞당겨졌다.

때문에 부처 요구사업들이 꼼꼼한 체크없이 국회에 제출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8일 인터넷홈페이지(www.nabo.go.kr)에 공개한 '2008년 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그럴 가능성이 있는 예산사업들을 꼽았다.

교육인적자원부의 고등교육 1조원 투자확대 사업의 경우가 대표적인 케이스.정책처는 우수대학 10개를 꼽아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육성한다는 내용의 '선도대학 육성지원사업'(사업규모 1000억원)과 30여개 전문대학 등을 선정해 지원하는 '교육역량강화 선도대학지원사업'(1300억원)의 경우 신규사업임에도 예산안을 제출하는 시점까지 대학 선정 기준이나 평가 기준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책처는 그 이유로 이런 사업들이 지난 6월 말부터 투자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3개월 만에 예산안이 확정됐다는 점을 들었다.


◆법률안 내기도 전 예산안부터

정책처는 법 제.개정을 전제로 예산안을 짠 사업도 9개 부처 14개 사업에 달하며 그 규모가 2124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중 법안이 법사위에 가 있는 7개 사업,상임위에 계류 중인 4개 사업은 그런 대로 예산안에 포함시킬 근거가 있다 치더라도 법안제출 예정도 없는 사업들까지 예산안에 포함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보건복지부의 지방기업 사업자의 건강보험료 부담경감 방안이다.

내년 예산이 568억원으로 잡힌 이 사업은 10월 초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될 때까지 법안이 제출되지 않았다가 최근에야 의원입법 형태로 국회에 제출됐다.


◆기획처 "무리한 예산 아니다"

정책처는 이 밖에 FTA 예산의 경우 정부는 1조6199억원으로 집계했으나 각 부처에서 직접 관련 예산을 취합한 결과 2조256억원으로 4057억원(25%)이나 많았다고 밝혔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고등교육 1조원 증액사업의 경우 방향은 진작에 정해졌으나 각 대학 총장에게 직접 예산을 지원하는 만큼 선정 기준이나 평가방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일단 예산을 짠 후 기준 마련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법률 제.개정을 전제로 예산을 편성하는 사례도 예산안 자체가 법률로서의 효력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무리한 예산추진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