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OMC)가 금리인하를 결정하면서 국내 증시도 11월 첫날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며 기분좋은 출발을 했다.

그러나 예상된 호재였기 때문에 지수는 상승폭을 반납하며 주춤하고 있다.

준비된 잔치가 끝나고 나니 그동안 잠복해 있던 악재들에도 슬슬 눈길이 가고 있다.

또 다시 사상최고치를 돌파한 고유가와 1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원/달러 환율이 국내 증시의 복병으로 도사리고 있는 것.

지난달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900.7원에 마감해 1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사상 처음 배럴당 94달러선을 돌파하면서 조만간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이들 악재 요인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예상했다.

임정현 부국증권 연구원은 "실상 국제유가의 급등 파장은 고스란히 원/달러환율 하락 분이 흡수하고 있다"며 "국제유가가 달러베이스로 거래가 되기 때문에 약달러 기조에 의한 원화강세는 분명 유가에 대한 민감도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유가 급등이 투기적 매수세력의 유입과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 등 일시적 요인에 따른 영향이 컸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자연스러운 가격 조정의 흐름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계절적으로 10월 이후 연말까지 유가는 약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유가는 당분간 소강 상태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송경근 동부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가 원화 강세를 감내할 만한 펀더멘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과 달러화 약세를 감안한 상대적 원화절상폭이 다른 나라 대비 크지 않아 원화강세가 국내 증시의 상승 추세를 훼손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고유가와 원화강세로 인한 효과도 업종과 기업마다 다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들 재료가 주식시장 전체적인 리스크를 높이기보다는 오히려 기업간 경쟁력의 차별화를 부각시키는 개별악재로서의 영향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정유업체의 경우 유가의 상승을 제품가격에 전가시키는 방법을 통해 유가상승의 수혜주로 인식되고 있고, 원재료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음식료업체들은 원화강세가 오히려 반가울 수 있다.

해외수주가 많은 건설업체도 유가상승에 따라 넘쳐나는 오일달러를 보유하게 되는 중동지역에서의 수주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김진호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천편일률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그 기업이 이러한 가격변수의 부담을 어느 정도까지 인내할 수 있는지 그 이면에 따르는 수혜를 통해 어느 정도까지 그 부담을 상쇄시킬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만약 원화가 약세로 돌아서고 국제유가는 추가로 오른다면, 또는 아직까지는 주식시장의 상승세와 궤를 같이 하고 있는 원화강세·유가상승 정도가 그 임계치를 넘어서게 될 경우 국내 경제 뿐 아니라 증시는 생각하기도 싫은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고유가와 환율하락, 코스피 2100P 돌파에 얼마나 걸림돌이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