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가 급등하자 국내 주요 기업들의 주가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총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큰 기업들과 비교해 달러 부채가 많거나 달러로 로열티를 내는 기업들의 주가 흐름이 견조한 모습이다.

1일 오전 11시36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901원80전을 기록하며 900원 선을 간신히 지켜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800원대로 하락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향후 주가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2일 3분기 '깜짝실적'을 달성했지만, 주가는 실적발표 당일 55만7000원에서 54만원선까지 밀려난 채 아직까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환율 급락세로 인해 향후 수출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증시 전문가들 판단이다.

현대차기아차 주가도 원화가치 급등에 대한 부담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좀처럼 7만원대 주가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고, 기아차는 1만원선을 가까스로 지켜내고 있을 뿐이다.

현대차는 올 3분기에 분기사상 최고 매출 실적을 거둔데다 영업이익은 3142억여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1.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임금 및 단체협상을 무분규로 타결하면서 호실적을 거뒀지만, 달러화 약세로 수출 주력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쉽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는 반대로 달러 부채가 많은 항공주와 달러로 로열티를 내는 제약주 등는 견조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시각 대한항공은 전날보다 3.96% 오른 8만1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첫 거래일부터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틀째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1만원대 주가를 회복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업계는 환율 하락으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이들 기업은 항공기를 살 때 '달러 빚'을 내 구매하기 때문에 환율이 떨어지면 이자 부담이 줄어든다. 내국인 고객이 원화로 결제하는 반면 유류비 등의 비용을 달러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은 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제약업종도 원재료 해외의존도가 높고 달러화로 로열티를 내는 곳이 많아 전반적으로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대우증권은 "달러 약세로 인한 수혜는 원재료 수입은 많지만 수출이 적은 중소형사가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시각 현재 유한양행(1.3%) LG생명과학(1.81%) 동아제약(5.2%) 종근당(0.2%) 한올제약(0.5%) 등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