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로 달러화 가치가 추가 하락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다.신흥시장의 수요 증가와 공급 불안까지 겹쳐 원자재 값(원유 금 곡물 등을 포함한 상품 가격) 초강세가 이어지는 '원자재 슈퍼 사이클'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FRB가 기준금리와 재할인율을 각각 0.25%포인트 낮춘 31일(현지시간) 26개 원자재 값을 종합해 산정하는 UBS 블룸버그 CMCI 지수는 사상 최고치인 1,271.70으로 치솟았다.

이달 중에만 4%,올 들어서는 22% 상승한 수치다.

19개 원자재 시세로 구성된 로이터 CRB지수도 연초보다 23.5% 오른 351.53을 기록했다.

골드만삭스가 전날 약세로 전망해 배럴당 90달러 이하로 떨어졌던 서부 텍사스 원유(WTI)는 이날 배럴당 94.74달러로 치솟았다.뉴욕상품거래소(NYSE) 시간외 거래에서는 96.21달러까지 뛰었다. 금값도 시간외 거래에서 온스당 800.80달러를 기록,27년 만에 800달러 선을 넘었다.

밀도 올 들어 61% 뛰었고,구리도 21% 상승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직접적인 요인은 달러화 가치 약세다.

FRB가 금리 인하 조치를 발표한 후 달러화 가치는 사상 최저 수준인 유로당 1.4478달러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미국 국채 등 달러에 투자한 자금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원자재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또 원자재 값은 대부분 달러화로 표시되기 때문에 달러화 약세는 다른 통화를 쓰는 국가에 상대적인 가격 하락 효과를 갖는다.

상품 투자의 매력이 그만큼 높아진 셈이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 경제대국의 급성장으로 원자재 수요가 팽창하고 있는 점도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S&P의 원자재 지수를 담당하는 에릭 콜트 부사장은 "원자재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채권이나 주식에서 빠져 나온 자금이 원자재 관련 펀드나 금융 상품으로 이동,관련 상품 투자가 내년에 2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T&K선물옵션의 마이클 스미스 사장은 "지금 시장은 원자재의 슈퍼 사이클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며 "달러화 약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 사이클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