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의 압도적인 승리.'

2개월을 남겨둔 올해 증시에서 기관들이 수익률 경쟁에서 외국인과 개인을 큰 차이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증권과 코스닥 두 시장 모두 기관이 쓸어담은 종목들의 수익률이 탁월하다.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비교적 선전했지만 소형주 위주로 투자한 코스닥시장에서는 기관에 완패했다.

전문가들은 기관이 선호하는 중대형주 위주의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기관의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기관 수익률 단연 탁월

1일 증권선물거래소와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 말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투자 주체별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기관이 142%로 개인(47%)과 외국인(25%)을 큰 차이로 따돌린 것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철강 조선 등 중국 관련 수혜주와 내수관련주 증권주 디스플레이주 지주회사주 등을 주로 사들여 높은 수익을 올렸다.


현대중공업은 무려 300%의 수익률을 안겨줬고 두산중공업(274%) LG(173%) SK(166%) GS건설(131%) 포스코(111%) 등도 2∼3배로 올랐다.

반면 개인 순매수 1위에 오른 하이닉스는 연초 이후 33%의 손실을 기록했고 한국전력(-10%) 우리금융(-10%) 삼성전자(-12%) 기아차(-23%) 등도 개인의 속을 쓰리게 했다.

그나마 현대제철(169%) 삼성중공업(143%) STX팬오션(130%) 등이 개인 수익률에 보탬이 됐다.

코스닥시장 역시 기관의 독무대였다.


올 들어 기관이 집중 매수한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154%에 달한 반면 외국인은 60%에 그쳤고 개인은 오히려 2%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은 NHN(150%) 키움증권(274%) 성광벤드(365%) 에스에프에이(130%) 에이스디지텍(60%) 등 코스닥 시가총액 30위권 종목을 집중 공략해 고수익을 올렸다.

반면 개인은 순매수 상위 10사 중 시총 순위가 높은 서울반도체(188%) 아시아나항공(47%) 3노드디지탈(19%) 등 3개 종목만 수익을 냈을 뿐 나머지는 모두 원금을 까먹었다.

개인이 선호하는 소형주 위주의 투자전략은 실패로 끝난 셈이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기관 자금이 대형주 위주로 몰리면서 개인이 주로 투자한 소형주들의 수익률이 부진했다"며 "기관화 장세에서는 기관의 매매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관 관심 변화하나

중국 관련주에 치중했던 기관은 최근 반도체 자동차 등 소외 업종에 대한 매수 규모를 조금씩 늘리고 있어 주목된다.

기관은 최근 2주 동안 삼성전자를 1751억원,현대차를 594억원 순매수했다.

이 기간의 기관 순매수 3위와 12위에 해당한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중국 수혜주들이 일시적으로 주춤한 사이에 기관들이 소외됐던 자동차와 반도체 업종을 매수하기 시작했으나 주도주로 부상하기엔 힘든 상황"이라며 "다만 LG필립스LCD 등의 디스플레이주와 내수주 등은 주도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어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 운송과 보험,내수소비 회복의 수혜가 예상되는 음식료와 소매,해외 수주 재료가 있는 건설주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