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통화정책을 중립으로 전환했다.

두 차례의 금리인하가 효과를 내고 있는 만큼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월가 전문가들은 FRB가 내놓은 통화정책 방향 발표문에 미뤄 당분간 추가 금리인하를 기대하기는 힘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주택경기 침체가 끝 모르게 이어지고 있어 상황에 따라선 추가 금리인하를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FRB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4.75%에서 4.5%로 0.25%포인트 인하키로 결정했다.

시장의 기대에 부응한 셈이다.

FRB는 기준금리를 지난 9월에 이어 잇따라 내린 이유로 금융시장의 혼란이 전반적인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앞으로 통화정책의 방향을 중립으로 선회한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통화정책 발표문에는 이런 의지가 곳곳에 담겨있다.

우선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난다.

FRB는 "지난 3분기 경제성장은 견조했고 금융시장의 불안도 다소 완화됐다"며 지난 9월의 금리인하 효과를 자체 평가했다.

아울러 "이번 금리인하조치가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명시함으로써 경기침체에 대해 염려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경제 상황에 대한 이런 인식은 자연스럽게 추가 금리인하를 유보한다는 쪽으로 연결된다.

FRB는 "앞으로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과 경기둔화 위험이 거의 균형을 이룰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혀 경기둔화 위험을 강조한 지난 9월의 발표문과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특히 "최근 유가와 상품가격의 상승 등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압력 증대를 다시 강조함으로써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사전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문으로 미뤄볼 때 FRB의 금리인하는 종료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RBS 그린위치 캐피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스탠리는 "발표문의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FRB의 금리 인하는 일단 종료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가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비록 3분기 성장률이 3.9%로 높게 나왔지만 4분기와 내년 1분기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황 변화에 따라 FRB의 태도도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주택경기침체가 소비 둔화로 연결될 경우 FRB로서도 추가 금리인하를 적극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취임 초기 깐깐하기만했던 벤 버냉키 FRB 의장이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함으로써 시장의 기대에 부응했다며 버냉키 의장이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처럼 '마침내 시장에 길들여졌다'고 분석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