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는 원자재값이 장기간 초강세를 보이는 '슈퍼 사이클'에 돌입했다.

이 같은 추세는 100년 또는 150년간 이어질 수도 있다."

원자재 투자를 통해 최근 1년간 261%라는 월가 최고의 실적을 자랑한 JP모건의 이안 헨델슨 펀드매니저의 전망이다.

◆달러가치 하락이 원자재값 끌어올려

원자재 슈퍼 사이클이 시작됐다. 방아쇠는 달러 약세. 달러화는 유로당 1.44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달러 가치 하락은 전통적인 투자처인 미 국채 등 달러자산의 가치를 동반 하락시킨다.

이에 따라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원자재 쪽으로 투자 자금이 급격히 이동,상품 시장 강세가 계속된다.

또한 원자재값은 대부분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에 달러 약세는 다른 통화로 환산할 경우 상대적인 상품 값 하락 효과를 갖는다.

원자재값이 그만큼 저렴해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매입 기회로 다가온다.

뉴욕상품거래소 시간외거래에서 배럴당 96달러를 돌파한 유가는 100달러를 곧 넘을 기세다.월스트리트저널은 31일자에서 수요 증대와 공급 감소,새로운 유전개발의 어려움 등으로 유가는 100달러에서도 상승세를 멈추지 않을 것 같다고 보도했다.

IAF 에너지 어드바이저의 칼 쿠퍼 책임연구원은 "FRB가 통화정책을 중립으로 전환했다고 하지만 필요할 경우 추가로 금리를 내릴 수 있기 때문에 '달러화 약세→원자재 강세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메릴린치의 외환투자전략가인 스티븐 잉글랜더는 "미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내년 초까지는 달러화 약세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인플레 몰고와

원자재값 상승세는 인플레이션의 직접적인 요인이 된다.유가와 철강,곡물 등 원자재 값 상승이 생산가격에 부담을 줘 세계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FRB도 지난 31일 금리인하 후 발표한 성명에서 "최근의 에너지와 원자재값 상승이 다른 요소들보다 인플레 가중에 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곧바로 중국이 1일부터 석유제품 가격을 10% 인상했다.휘발유와 디젤유 가격의 인상폭은 t당 500위안(약 6만원).또 액화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스(LPG) 가격도 올리고 철도 항공 화물운송요금도 적정 수준으로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최근 6개월간 원유 가격이 30%가량 급등했으나 물가 압박을 우려,가격을 동결해 왔다.

그러나 지속적인 유가 상승에 더 이상 석유제품 가격을 잡아둘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물가 상승 압박이 더 커졌다.지난 8월 소비자물가는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준인 6.5% 상승한 데 이어 9월에도 6.2% 올라 중국발 인플레가 주변국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조짐이다.

달러를 쓰지 않는 나라의 경우 자국 통화를 기준으로 한 원자재수입 가격이 낮아짐으로써 원자재 상승에 따른 인플레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하지만 원자재 가격의 상승 속도가 슈퍼 사이클을 그리면서 가팔라질 경우 세계경제는 인플레 우려라는 또 다른 악재와 씨름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유미 기자/뉴욕=하영춘 특파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