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측이 대선 출마설로 주목받고 있는 이회창 전 총재에게 정면 대응 카드를 뽑았다.

1일 이 전 총재에게 2002년 대선자금의 내역과 잔금의 사용처 공개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그동안 섣부른 대응으로 '화'를 키우지 말자며 '무대응'과 설득 작전을 고수해 왔으나,이 전 총재의 여론 지지율이 급상승세를 보이자,강경 대응 기조로 선회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 전 총재 측은 민감한 부분인 대선 자금 의혹을 제기하자,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막가는 행태"라고 강력 반발했다.

이 전 총재는 다음 주 중 출마와 관련한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출마가 기정사실화될 경우 야권 분열의 현실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선자금 수첩 공개하라=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총재에게 "주변 사람들의 권유든,본인의 판단이든 대선에 출마할 계획이 있다면 떳떳하게 밝혀라"고 공격했다.

그는 이어 "(2002년)대선자금과 관련해 어떤 방법으로 많은 돈을 모았고 어떻게 썼는지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며 "대선 후 당에 상당금액을 반환했는데 그 처리 과정을 당원들에게 명백히 밝혀 국민적 의혹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최병렬 대표가 이 전 총재와 당 사이의 일련의 여러 내용에 대해 듣거나 제공받은 정보를 깨알같이 적어 놓은 수첩을 본 적이 있는데,즉시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일단 이 후보는 이 총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박형준 대변인은 "후보는 전혀 몰랐다"면서 "후보의 의견은 '당이 이 전 총재를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기존 입장에서 바뀐 게 없다"고 설명했다.

강경파가 내부 조율 없이 '선수'를 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 기류는 강경 쪽으로 흐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총재 측 이흥주 특보는 "어제는 이 후보가 함께 힘을 합치자고 했고,오늘은 사무총장이라는 사람이 제 얼굴에 침 뱉기를 하고 있으니 도대체 뭐가 진심이냐"며 "이렇게 막가는 행태가 대선에 무슨 도움이 될 것인가 걱정스럽다"고 비난했다.



◆왜 강경 대응하나=이 후보 측이 강경 대응 쪽으로 돌아선 이유 중 하나는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일부 조사에서 20%를 넘으면서 이 후보의 지지율을 상당히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이날 MBC 여론조사 결과 이 전 총재는 22.4%의 지지율로 이 후보(40.3%)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 전 총재를 포함하지 않은 조사에서 이 후보는 52.8%의 지지율을 얻었으나 이 전 총재 포함시 무려 12.5%포인트나 떨어졌다.

이 후보의 일부 지지층이 이 전 총재 쪽으로 이동했음을 엿볼 수 있다.

SBS 여론조사에서도 이 전 총재는 19.1%를 기록,이 후보 지지율(38.7%)을 30%대로 하락시켰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