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수지 담합을 자진 신고한 기업에 대한 검찰의 기소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자진신고 인센티브가 사실상 무력화된 것을 의미한다.

공정위의 담합 적발이 대부분 자진 신고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혐의를 자백한 업체에 대한 보호 조치가 이처럼 무장 해제됨에 따라 향후 공정위의 담합 조사는 상당한 어려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1일 검찰이 합성수지 담합 사건을 자진 신고하고 공정위 조사에 협조해 과징금과 고발을 면제받은 호남석유화학과 삼성토탈에 대한 기소를 강행하자 "자진 신고 감면제도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짤막한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밖에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밝히지 않았지만 공정위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앞으로 담합 조사를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금껏 고발 면제라는 '당근'으로 자진 신고를 이끌어내는 것은 담합을 적발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수단으로 통했다.

공정위는 2005년 4월 자진 신고를 하면 예외 없이 과징금을 감면(1위 자진 신고자 100%,2위 50%)하고 고발도 면제키로 제도를 개선했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해서는 공정위의 고발 없이는 검찰이 기소할 수 없도록 돼 있어(전속고발권) 기업들에 고발 면제는 사실상 형사 처벌 면제를 의미했다.

올해 적발한 4대 담합 사건(설탕 정유 석유화학 손해보험)은 모두 자진 신고 또는 내부자의 제보로 혐의 사실을 밝힐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검찰이 자진 신고로 고발에서 '열외'된 업체를 직권으로 조사한 데 이어 형사 처벌하기로 하면서 앞으로 공정위는 자진 신고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형사 처벌 가능성'에 대한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검찰이 형사소송법상의 공범 조항을 들어 공정위의 고발 없이 기소한 것에 대해 "전속고발권을 우회했다"는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이번 기소는 자신들의 기소독점권을 조금도 훼손시킬 수 없다는 분명한 의지 표현으로 보인다.

동의명령제 등을 도입하려는 공정위에 분명한 선을 긋겠다는 것이다.

검찰 한 관계자는 "자진 신고한 업체를 사법처리하면서 공정위에 굳이 추가 고발 요청을 할 필요는 없다"며 "법적 근거에 따라 공범 중 한 명에 대한 고소.고발은 다른 공범자에도 똑같이 효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철준 서울지검 1차장검사는 "시장점유율도 더 높고 가격 담합으로 취한 이득도 더 많은데 자진 신고했다고 해서 다 처벌에서 면제하면 거래질서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며 "공정위의 고발이 없으면 어차피 수사해도 기소할 수 없는 만큼 고발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일단 고발 사실이 (검찰에) 접수되면 공모한 범법 행위자를 일부 떼어내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못박았다.

차기현/문혜정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