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안정세를 유지했던 소비자물가가 10월 들어 큰 폭으로 오르면서 물가가 연말 경기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채소류 등 생활물가와 석유류 가격 급등으로 일반 서민들이 부담을 느낀다면 그동안 견조한 흐름을 보여왔던 소비 증가세가 꺾일 수도 있다.

또 물가상승이 임금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가뜩이나 고유가와 원화강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물가상승 계속될 듯

이번 물가상승은 농산물,특히 채소와 석유류 가격 상승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가 계속돼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어서 국내 석유류 가격 상승도 불가피하다.

석유류 물가의 전년동월 대비 상승률은 7월 0.8%,8월 0.1%,9월 1.8%에 불과했지만 10월에는 7.3%로 뛰어올랐다.

국제유가가 8월부터 급등하기 시작했고 이는 10월부터 본격적으로 국내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국제유가가 한두 달 간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제유가의 9~10월 상승분이 이제 곧 11~12월 국내 물가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농산물 가격 상승도 부담스럽다.

보통 11월 김장철에 배추 무 등 김장용품 출하가 본격화되지만 올해는 예년과 달리 10월 초까지 비오는 날이 많았다는 점에서 출하량 감소에 대한 우려가 높다.

통계청 관계자는 "올해 날씨가 예년과 크게 달라 채소류 등 작물의 작황을 예측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물가,소비에 영향 주나

물가상승세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어서 소비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소비가 상당히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물가 상승과 함께 주식시장이 예상외로 급락하는 등 악재가 나타난다면 소비 증가세가 지속되기 힘들 것"이라며 "2~3개월 정도 흐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9월 설비투자 증가율이 29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두 달 연속 10%대 증가율을 기록했던 산업생산이 0.3% 증가에 그쳤고,서비스 생산도 3.5%에 불과했다.

소비 증가세마저 꺼지기 시작하면 경기 회복세가 꺾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미 중소기업의 업황실사지수(BSI)가 한풀 꺾였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

◆콜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아

고유가 등으로 인해 물가상승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콜금리 목표치 인상 카드를 꺼내긴 힘들 것이란 게 시장 참가자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오는 8일 열리는 11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도 콜금리 목표치 동결이 매우 유력시되고 있다.

한은이 이미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지난 7,8월 선제적으로 금리인상에 나선데다 미국의 경기둔화 가능성 등 경기불안 요인이 여전히 남아있어 자칫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금리인상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1일 미국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정책금리를 추가로 0.25%포인트 인하해 양국의 금리(한국 5.0%,미국 4.5%) 차이가 0.5%포인트까지 벌어진 것도 부담요인이다.

금리차가 더 벌어지면 고금리를 쫓아 더 많은 자금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환율하락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오르는 상황에서 유가가 급등하거나,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 속도가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져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3%±0.5%) 상단인 3.5%를 추세적으로 위협하지 않는 한 한은이 물가 때문에 콜금리 목표치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박성완/정재형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