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 선언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일부 측근들은 이 전 총재가 내주 초에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8일쯤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전 총재는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2일 밤 혼자 지방으로 떠났다.

이 전 총재가 출마를 선언할 경우 박근혜 전 대표,고건 전 총리,심대평 국민중심당 후보 등을 포함한 범보수 세력의 결집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출마 굳힌 듯… 혼자 '지방행'

이 전 총재는 2일 자택에 칩거한 채 '장고'를 이어갔다.

측근인 이흥주 특보는 이날 오후 이 전 총재를 만난 자리에서 "(출마 여부를)더 이상 미룰 수 없으니 결정을 내려 달라"고 말했고 이에 이 전 총재는 "지방으로 내려가 모든 것을 정리하고 오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잠행모드'는 중대 선택을 앞둔 정치인들의 '단골메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전 총재의 선택이 멀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주변에서는 '출마 여부'가 아닌 '출마'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 측근은 평화방송(P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총재가 오는 7일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8일쯤 대국민성명 형식으로 대선 출마를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측근은 "이 전 총재가 고심 결과 민족의 안위를 위해 자신의 한 몸을 희생시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출마키로 결심을 굳혔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5일 이 전 총재를 만났던 정인봉 의원도 KBS 라디오 대담에서 "거의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

이제는 100%라고 본다"고 자신했다.

◆沈.朴.高 와 '4자연대' 추진

이 전 총재가 출마 선언을 할 경우 보수세력 대결집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심대평 국민중심당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이 전 총재와 박근혜 전 대표,고건 전 국무총리까지 포함하는 '4자연대'를 제안했다.

이 전 총재 측 관계자는 "앞으로 이 전 총재가 정치 일선에 복귀하게 되면 모든 사안을 폭넓게 검토하고 분석할 수 있다"고 우회적으로 화답했다.

이에 따라 이 전 총재가 최종 결심을 밝히고 출마하게 되면,곧바로 정치권의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전 총재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 이흥주 특보는 "자신의 정치 일생과 자연 생명까지도 얹어서 정말 사생결단의 심정으로 큰 걸음을 가실 것"이라며 "좌파정권을 종식시키는 확고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그 분의 신념"이라고 전했다.

◆여론조사 반대 많아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20%대 안팎이지만 아직도 출마 반대의견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단지 찬성의견은 다소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달 28일 서울신문 여론조사 결과 "출마를 지지하지 않는다(67.9%)"는 의견이 "지지한다(16.6%)"는 의견보다 4배 이상 많았다.

그러나 1일 SBS 조사에서는 출마 찬성이 36.3%,반대 55.1로 찬성의견이 이전보다 조금 높아졌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