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유연성(기업)과 고용안정(근로자)이라는 노동시장의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

정도와 형태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나라가 겪고 있는 공통의 문제다.

이 상반된 가치를 조화시켜 기술개발 및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갈 수 있는지 여부는 무한경쟁시대의 국가 경쟁력 핵심이다.

미국의 세계적인 노사전문가 해리 카츠는 "사회적 파트너십 구축과 인적자원 개발이 노사갈등 해결의 열쇠"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신문사는 글로벌인재포럼에 맞춰 노사문제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미국의 세계적인 노사전문가 해리 카츠 코넬대 ILR스쿨(노사관계대학원) 학장을 초청,'선진국 노사관계의 변화와 한국 노사관계의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이원덕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이 사회를 맡고 이상수 노동부 장관과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대담자로 참가했다.
[다시보는 글로벌 인재포럼]  특별좌담 ‥ 선진 노사관계와 인적자원 개발 (끝)
◆사회=1990년대 이후 산업의 소프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인적자원의 고령화 및 고학력화 등의 요인으로 노동시장도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

전세계 노동시장의 메가트렌드는 무엇인가.

◆카츠 학장=경제적인 국경이 사라지고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가와 기업 간뿐만 아니라 근로자 간 경쟁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과정에서 핵심 근로자와 주변 근로자 간 양극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세계화는 이런 노동시장 문제 해결방안을 찾은 국가를 재빨리 벤치마킹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회=카츠 학장은 각 국가의 노사 관계가 한 방향으로 수렴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카츠 학장=대부분의 국가가 노동력 양극화,노동시장 질의 문제 등을 안고 있다.

이는 국가 간 또는 한 국가 내부에서 발생하는 노동시장의 불평등에서 출발한다.

직업능력 개발의 기회와 직업의 기회가 불평등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근로자마다,국가마다 기술수준 및 능력개발 기회가 각각 다른데 미국에서는 임시직,시간제 근로자가 이런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노동시장이 홀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란 어렵다.

노동시장.기업.정부의 협력으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사회=기업이 원하는 노동 유연성,근로자에게 중요한 고용 안정은 서로 상충하는데 이를 조화롭게 충족시킨 사례가 있나.

◆카츠 학장=결국은 파트너십이다.

기업 차원과 국가 차원의 두 가지가 있다.

아일랜드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국가차원의 (노.사.정)파트너십을 통해 근로자 직업능력을 개발한 덕분이다.

◆사회=국가차원의 노.사.정 파트너십은 노동조합이 중앙집권화된 곳에서는 잘 이뤄진다.

분권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 파트너십은 어떤가.

◆이상수 장관=기업 차원에서는 고용 안정과 유연성을 동시에 실현시키는 게 쉽지 않지만 국가적 차원에서는 가능하다고 본다.

현재 대기업 정규직은 노동시장이 경직됐지만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유연하다.

대기업을 유연화시키고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유연성을 조금 줄이는 방법이 필요하다.

◆손경식 회장=먼저 기업이 살아야 모든 게 가능하다.

노사관계 성공모델로 꼽히는 네덜란드 아일랜드 등도 기업이 어려워지니까 기업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서로 협력했던 걸로 알고 있다.

기업차원의 미시적인 부분과 국가차원의 거시적인 부분 다같이 협력해야 한다.

전국적인 협력 분위기가 조성되고 개별 기업 단위에서도 생산성 향상,직업 능력 개발을 북돋우는 상생이 필요하다.

◆사회=미국의 노동시장도 노사간 대립 시기가 있었지만 협력의 영역과 대상을 제대로 찾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대안 중 하나가 인적개발인데 미국과 다른 국가에서 노사 협력을 지속시킬 수 있었던 원천은 무엇인가.

◆카츠 학장=경제 환경이 기업과 근로자들은 압박할 때 협력 분위기가 조성된다.

미국의 경우도 기업이 어려움에 직면한 뒤 협력 관계로 전환됐다.

그러나 지금은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사후에 대책을 세우면 늦다.

미리 10년,20년,50년을 예측한 뒤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사회=노사 협력을 정착시키기 위해 어떤 인센티브가 필요한가.

◆카츠 학장=노동시장에서의 비교우위를 저임금에서 찾으면 안된다.

숙련된 근로자에게서 찾아야 한다.

◆손경식 회장=노사가 분배 문제를 놓고 다투기보다는 생산성,기술개발,직업능력 등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 협력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히 분배는 따라오게 돼 있다.

◆사회=한국의 가장 큰 문제 비정규직 문제인데 어떻게 풀어야 하나.

◆손경식 회장=비정규직이 2년 이상 근속하면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되고 직무가 같은 경우엔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을 둘 수 없게 되면서 기업들의 부담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카츠 학장=미국은 실업률이 낮아 일자리 창출에 대한 압박이 상대적으로 작다.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유럽의 경우 정부의 지원을 받아 시간제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정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상수 장관=한국에서 산별교섭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은 산별노조가 생기면 노조가 강화돼 불필요한 정치투쟁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는 반면 노조는 산별노조가 책임있게 교섭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카츠 학장=미국과 유럽 등에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산별에서 기업이나 공장 단위로 바뀌고 있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산업이나 기업,작업장 등의 상황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산별노조가 개별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정리=김철수/안상미 기자 kcsoo@hankyung.com

<참석자>

해리 카츠 코넬대 노사관계대학원 학장
이상수 노동부 장관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사회=이원덕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