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부모님이 꿈에 나타나 로또 당첨번호를 알려줬다는 화제성 기사를 종종 접하곤 한다.

사람들은 이처럼 좋은 꿈과 반대로 죄를 지어 감옥에 들어가는 찜찜한 꿈을 꾸면서 그 의미가 무엇일까 곱씹곤 한다.

다들 꿈의 내용이 길흉화복이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믿기 때문에 점쟁이나 꿈풀이사전을 찾아 해몽코자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본능일 것이다.

하지만 일반의 꿈에 대한 이해에는 학문적으로 입증되지 못한 게 많다.

우선 꿈을 꾸는 빈도와 정신건강에는 이렇다 할 연관관계가 없다.

다만 꿈을 꾸는 사람은 전혀 꿈을 거의 꾸지 않는 사람에 비해 보다 창조적이고 건설적이라고 볼 수 있다.

좋은 꿈을 꾼다는 것은 자아의 정신적 에너지가 충만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나쁜 꿈이라도 상실감에 대한 적절한 반응이 꿈을 통해 상징화된다면 참다운 자아가 형성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상이군경이 전쟁터에서 사살되는 꿈을 반복적으로 꾸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처럼 정신질환에 의한 흉몽이 계속된다면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돼지꿈은 횡재할 징조이고,벼랑에서 떨어지는 꿈은 키가 클 것을 의미하며,초라한 행색의 조상이 꿈이 나타나는 것은 굿을 해야 원한이 풀린다는 등의 의례적 해석이 일반에 회자되고 있다.

반면 서양의 정신분석학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환자의 꿈에 대한 자유연상을 듣지 않고 꿈 내용을 분석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게 정설이다.

따라서 '해몽사전'식으로 꿈 스토리를 유형화해 분석하는 것은 편리할진 모르나 정확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정신질환을 치료할 때 꿈을 전혀 안 꾸던 환자가 꿈꾼 얘기를 갖고 방문하면 좋은 징후로 간주한다.

또 정신분열증 환자가 극히 생경하고 원초적인 스토리의 꿈을 꾸다가 보다 현실적인 내용이 가미된 꿈을 꾸는 것으로 변화된다면 긍정적이다.

신경증 환자가 자신 위주의 꿈을 꾸다가 타인 위주로 바뀌게 된다면 자아가 발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죽음 파괴 곤경을 상징하는 난폭하고 격렬한 꿈을 꾸던 정신질환자가 갑자기 매우 평화로운 장면이 나오는 꿈으로 바뀐다면 자살 직전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프로이트는 꿈을 무의식을 볼 수 있는 왕도라고 생각했다.

그렇더라도 꿈은 자신의 무의식이 왜곡된 상태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꿈보다는 감정전이,백일몽(fantasy),말의 실수,기억의 왜곡 등이 무의식을 보다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단서로 더 중시되고 있다.

예컨대 전이란 환자가 과거에 중요시했던 사람과(부모 옛애인 등)의 감정이 치료자에게 그대로 옮아가는 것으로 이를 활용하면 환자의 무의식을 파악할 수 있다.

꿈은 3가지 측면에서 긍정적 기능을 한다.

첫째는 현실적 제약이나 양심 때문에 이룰 수 없는 욕망(주로 성적 파괴적 공격적)을 무의식 속에서 달성케 해 불만을 완화시킨다.

둘째는 과거에 불안과 고통을 유발했던 사건을 반복적으로 꿈속에 끄집어냄으로써 마음의 상처를 추스리게 한다.

부정적 기억에 대한 면역을 키우는 것이다.

예컨대 시험에 자꾸 떨어지는 꿈,양심에 꺼리는 잘못을 저질러 처벌받는 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처벌받는 꿈은 양심과 도덕을 관장하는 초자아(super ego)가 양심의 가책을 자아(ego)의 영역으로 유도함으로써 조금이나마 속죄하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셋째로 꿈은 잠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수단이다.

갈증을 느끼는 사람이 물을 마시듯 꿈을 꾸기 때문에 자다가 깨지 않고 계속 잠을 잘 수 있다.

꿈꾸는 동안 낮시간에 만들어진 정신적 잔재(day residue)에 의해 파괴된 자아를 수선하고 부정적 감정에 방벽을 쌓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꿈을 꾼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의미이며 정교한 정신분석 없이 그 내용을 일반의 잣대로 해몽하는 것은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

/유재학 건국대병원 정신과 교수


< 꿈에 관한 오해와 진실 >

1.꿈은 새롭게 창작된 게 아니라 과거 경험의 반영이다:꿈은 대체로 현재의 정신적 갈등,일상의 잔재(day residue),지금까지의 소망과 이상이 버무려져 만들어진다.

2.컬러꿈을 꾸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꿈은 대개 흑백.흉악한 꿈은 컬러로 오랫동안 기억되므로 불안 우울 불면증이 있는지 의심해봐야 한다.

단 어린이나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은 예외.

3.꿈을 생생하게 기억하면 확률적으로 건강하지 않다:잠에서 깨어 한두 시간 뒤에 잊어버리는 게 보통.그렇지 않다면 자율신경계가 각성돼 자다 깨다를 반복한 경우로 많이 잤어도 피곤하다.

4.꿈의 분석에는 프로이트가 왕도다:프로이트는 지나치게 성적 원초적 욕망을 강조하고 비관적 인생관을 담은 분석틀을 사용한 한계를 안고 있다.

5.기억된 꿈은 왜곡된 것이다:원시상태의 꿈인 잠재몽의 내용은 적나라하고 충격적이어서 무의식적으로 뇌의 검열을 받아 우리가 기억하는 발현몽으로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