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권가는 한마디로 '미래에셋'(통칭 M사)과 '기타 등등'으로 나뉩니다."

스스로를 '기타 등등'이라고 말한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미래에셋의 존재가 '쓰나미'처럼 커져 위기감이 팽배하다"며 자조섞인 말로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시중 펀드자금의 35% 정도가 미래에셋으로 몰리고 있는데다 미래에셋을 무조건 따라하는 기관도 많아 증시 영향력이 50%는 될 것"으로 진단했다.

며칠 전 선보인 '인사이트 펀드'의 성공적인 론칭은 미래에셋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투자대상과 지역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가장 많은 수수료를 떼겠다고 발표했는데도 '박현주 회장이 관심을 갖고 미래에셋이 역량을 집중하는 펀드'라는 입소문에 불과 열흘 만에 약 1조6000억원짜리 '공룡펀드'가 탄생해 장안의 화제가 됐다.

몰려드는 돈이 증시 영향력 확대와 펀드 수익률 제고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로 접어들면서 미래에셋의 전성시대가 활짝 열리는 분위기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한 운용사 주식담당본부장은 "내 펀드의 수익률이 미래에셋보다 한달에 10%포인트나 뒤처질 때는 하는 일에 회의감이 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미래에셋 돌풍은 증시 울타리를 뛰어 넘어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은행창구에선 펀드를 해약하고 무조건 미래에셋으로 달려가는 움직임도 목격되고 있다는 게 영업맨들의 전언이다.

고객이탈을 두손 놓고 지켜보는 경쟁사에선 "독주를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상 독과점 규정이라도 적용해야 하지 않느냐"고 뜬금없는 주장을 내놓을 정도다.

기업가치도 최근 한 달 새 두 배 넘게 불어나 시중은행인 기업은행마저 추월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무한 신뢰'와 달리 전문가들 사이에선 공격적인 운용스타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운용사 사장은 "공모펀드는 벤치마크(기준 수익률)를 제시하고 그보다 높은 수익을 내는 게 기본인데 인사이트만 해도 헤지펀드처럼 벤치마크가 없어 위험이 큰 구조"라고 평가했다.

한 펀드카페 운영자도 "통찰력과 추진력을 높이 평가하지만 커진 위상을 고려해 자본시장의 위험을 증대시키는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광엽 증권부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