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있는 노후 맞이하려면

친구ㆍ취미ㆍ건강 등 다른 요소도 고려를

기업체의 임원으로 은퇴한 정진산씨(61).그간 저축과 투자로 충분한 재산을 모았고 자녀들도 모두 번듯하게 자라서 독립하였다.

겉보기에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노후생활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어 노후를 무의미하게 느끼고 일상의 삶이 스트레스라고 하소연한다.

회사와 가정을 위해 청춘을 다 바쳤고 그 희생의 대가로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은퇴를 한 지금의 인생은 어쩐지 어색하고 일상생활은 서툴기만 하다는 것이다.

현역에 있을 땐 금쪽과도 같은 것이 시간이었지만 막상 시간을 무더기로 받고 보니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행복하고 보람있는 은퇴 생활을 하려면 재무적인 준비만으로는 부족하다.

돈 문제보다도 비재무적인 삶의 질이 훨씬 더 큰 고민거리일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미국 은퇴자협회(AARP)는 은퇴 후 삶의 계획에 대하여 12가지 항목을 체크해 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즉 일,자원봉사,취미,평생학습,오락,건강,가족,주택,운동,여행,돈,보험 등의 항목에 대하여 자신이 어떠한 생활을 꿈꾸고 있는지,어떻게 시간을 보낼지,자금은 어느 정도가 필요한지 종합적인 은퇴지도를 그려보라고 조언한다.

노후설계를 일방적인 돈의 액수로 제시하면서 막연한 불안감마저 조장하는 우리의 현실은 바람직하지 않다.

은퇴나 노후 준비에 대한 우리의 개념과 인식이 아직 초보 단계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올바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아름다운 노후 생활을 위하여 필요한 비재무적 요소들을 묶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역시 건강이다.

육체와 정신 두 가지가 모두 건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노년기에 특히 필요한 유산소 운동,근력 운동,유연성 운동으로 활력을 유지하는 일이 필요하다.

은퇴를 새로운 삶의 기회로 생각하면 마음도 건강해지게 마련이다.

집안으로 움츠러들지 말고 세상일에 적극 나서면 새로운 자극으로 삶의 긴장과 의욕을 북돋아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진다.

둘째는 배우자와 가정이다.

노년이 될수록 화목한 가정과 배우자는 더욱 중요해진다.

은퇴 전까지는 사회생활에 바빠 부부만의 시간을 내기 어렵지만 은퇴를 하고 나면 이제는 반대로 부부 둘만의 시간이 너무 많아져 어색하고 때로 트러블이 생기기도 한다.

평소에 부부가 여행하는 시간을 갖고 애정 표현도 하며 살아야 한다.

식사 준비나 설거지,청소 등 집안 일 돕기나 가족을 위한 요리 솜씨의 발휘도 노후를 위한 훌륭한 준비가 될 것이다.

셋째는 취미나 봉사활동과 같은 일거리이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일 자체에서 인생의 새로운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자원봉사 활동, 사회공헌 활동 등 가치 있는 일이나 악기 연주,그림,사진 등 스스로 몰두하고 즐길 수 있는 취미를 미리 준비한다면 노후는 훨씬 풍요롭고 다채로워질 것이다.

평생 학습을 생활화하면 노화 문제와 사회 부적응의 폐해를 줄일 수 있다.

넷째는 친구이다.

사회 활동이 줄어드는 노년기일수록 친구의 역할은 중요해진다.

지난날을 회고하며 서로 자랑도 하고 흉도 보는 친구는 노후를 든든하게 해 준다.

직업상 만나던 범위에서 벗어나 다양한 교류로 새로운 친구를 사귀게 된다면 노후 생활은 더욱 활기가 넘칠 것이다.

돈을 쓰면서 오락을 즐기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어릴 적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기쁨은 돈과는 상관없다.

친구가 가장 큰 오락이자 기쁨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종교 또는 마음공부이다.

종교나 마음공부는 삶을 관조하고 음미할 수 있는 기회와 능력을 준다.

남은 생애를 영적으로 좀 더 편안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