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재무구조는 대폭 개선됐지만 투자 부진에 따른 경쟁력 약화로 기업의 영업수익성은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된 것은 주로 부채 상환에 따른 이자 부담 감소에 기인한 것일 뿐 영업 수익성이 개선된 결과는 아니라는 것이다.

박상수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는 2일 서울 증권업협회빌딩에서 개최된 한국재무학회 추계학술대회 및 심포지엄에서 '외환위기 이후 기업 재무구조 개선의 실증적 평가'라는 논문을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박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1990년에서 2006년까지 17년간 총 2만2841개의 표본 제조업체(비상장 중소기업 포함)를 대상으로 재무구조를 분석한 결과,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의 부채비율(총부채/자기자본)은 외환위기 전 평균 349.7%에서 외환위기 후 200.3%로 낮아졌다.

총부채비율(총부채/총자산)도 평균 69.6%에서 55.7%로 약 14%포인트 떨어졌다.

기업들이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은 △부실 자산 처분 △신주 발행 △자산 재평가 △이익잉여금 활용 등이 있는데,우리나라 기업들은 외환위기 후 주로 신주 발행과 이익잉여금 축적을 통해서 부채비율을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이익잉여금이 부채를 대체하는 비중이 높아져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1997년 대비 총부채비율 감소폭의 60% 정도를 이익잉여금 증가가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이익잉여금을 많이 쌓을 수 있었던 것이 영업수익성 향상 때문이라기보다 부채 감소에 따른 이자비용 축소 덕분이라는 점이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외환위기 전 7.4%에서 5.5%로 2%포인트가량 낮아졌다.

매출액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외환위기 전 평균 79.3%에서 외환위기 후 79.8%로 거의 변화가 없었고 판매비와 일반관리비의 비중은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

원가 절감이나 경영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향상이 기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기업의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수익성이 그만큼 개선되지 못한 점은 우려스러운 현상"이라며 "우리 기업의 투자 부진에 의한 경쟁력 상실이 더 이상 기업의 수익성을 훼손시키지 않도록 투자마인드 쇄신을 위한 조치들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