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 컴퓨터 스토리지(저장 장치)로 삶의 궤적을 모두 기록해 기억상실증 환자의 기억 복원을 도와주는 시대가 온다.

수요와 공급에 기반한 기존 경제학이 웹에 기반한 '인터넷 경제학'에 자리를 내 줘야 하는 시대도 온다.

마이크로소프트(MS) 주최로 2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21세기 컴퓨팅 컨퍼런스:웹을 통한 미래창조'에서 이 같은 전망이 나왔다.

이날 행사에는 서울대 KAIST 등 전국 이공계 대학 교수 및 학생 2000여명이 참석했다.

릭 라시드 MS 기술연구소 총괄 수석부사장은 이날 "앞으로 10년 동안 컴퓨터 공학 분야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모든 디지털 기기는 인터랙티브(상호 소통)한 방식을 채택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MS는 현재 '스마트 서피스'라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한 화면에서 컴퓨터나 인터넷을 조작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라시드 박사는 또 앞으로 테라급 이상 스토리지 기술이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토리지 기술이 엄청난 비즈니스,과학 데이터를 저장하면서 의학 생물학 등과 연계해 인간의 삶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술은 현재 MS 연구소에서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학 교수 A씨가 교통사고를 당해 대학생 및 연구원 시절의 기억을 잃었다고 하자.하지만 A씨의 시계 휴대폰 컴퓨터 등에 부착된 스토리지는 A씨가 지인들과 나눈 모든 대화와 사진,동영상,강의 등을 저장하고 있다.

A씨는 이를 토대로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들을 모을 수 있다.

MS 연구소에서 11년간 재직했고 최근까지 아시아 연구소를 총괄했던 해리 셤 박사는 "수요와 공급의 격차를 메워 주는 웹에 기반한 '인터넷 경제학'이 기존 경제학을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경제학이 수요와 공급 사이의 시간적,공간적 거리에 기반해 모든 이론을 설명하는 반면 인터넷 경제학은 이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

그는 "검색을 통해 수요와 공급을 바로 연결하고 인터넷 광고 등으로 인해 수요와 공급 사이의 간극이 없어지는 '숏 서킷' 현황이 경제학의 근본을 흔들고 있다"며 "앞으로 경제학은 컴퓨터공학과 연계한 '인터넷 경제학'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3명도 인터넷 마케팅과 웹 디자인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안다"며 "인터넷 경제학은 초기 단계인 만큼 앞으로 숏 서킷에 관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튜링상 수상자인 존 홉크로프트 교수(미국 코넬대 컴퓨터과학부 엔지니어링 및 응용수학과)는 "지금 우리는 컴퓨터공학계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매우 흥미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며 "이를 얼마나 정확히 파악하고 교육에 제대로 투자하느냐가 21세기 국가 흥망성쇠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