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대전 월평동에 사는 45세의 김인수씨는 출근길 운전 도중 두통이 심해지고 왼쪽 팔다리가 갑자기 마비됐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팔다리를 주물러봐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다행히 도로에 차량이 많지 않아 마비되지 않은 오른팔로 급정지를 해서 사고를 면했고 응급실로 옮겨져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올해는 예년보다 빨리 찬바람이 불면서 이 같은 뇌졸중 발병위험이 커지고 있다.

통계적으로 뇌졸중은 매년 10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이듬해 3월까지 발병률이 높게 나타난다.

찬 기온으로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심장병,비만,심한 스트레스,혈중 혈색소 증가,흡연,과음,피임약 복용 등 주요 뇌졸중 발병요인을 갖고 있는 사람은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뇌졸중은 사망위험 1위

뇌질환은 지난해 암에 이어 국내 사망 원인 2위를 차지했다.

하루 평균 82명이 뇌졸중으로 사망하고 있다.

더욱이 장노년층만 따지면 사망률 1위다.

뇌졸중은 크게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과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으로 나뉜다.

최근 김씨처럼 중년에게 나타나는 작은 뇌출혈이 늘고 있는데 기온차가 클 때 심한 운동을 하거나 화를 내거나 격하게 남과 다투거나 과음을 한 경우가 주된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비해 뇌경색은 수면 중이나 기상 직전,목욕이나 운동처럼 땀을 많이 흘리거나 설사로 탈수됐을 때 잘 발생한다.

미국의 연구보고에 따르면 뇌출혈과 뇌경색의 발병비율은 3 대 7이지만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뇌졸중 예비평가 결과보고서'에는 2003년 기준으로 뇌경색 발병비율이 57.6%(8만2974건)로 뇌출혈보다 많았다.

사망할 위험도는 뇌출혈이 훨씬 높기 때문에 보다 신속한 응급조치가 요구된다.

◆건강한 중년도 뇌혈관 손상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병원 아드반더 러트 박사팀은 45세 이상 건강한 남녀 2000명의 뇌를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촬영한 결과 8명 중 1명꼴인 약 13%에서 뇌혈관 손상,죽은 조직,양성 종양이 발견되는 등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발표했다.

경증 뇌경색이 7%(145명),뇌동맥류(2%),뇌수막종(1%) 등이었다.

뇌동맥류는 동맥이 부분적으로 확장된 상태로 파열하면 바로 사망할 수 있다.

뇌수막종은 뇌종양의 20%를 차지하는 뇌종양의 한 종류다.

외관상 건강하지만 조사 한 달 전에 경미한 뇌 쇼크를 겪은 환자는 지주막하출혈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중장년층의 뇌졸중을 조기 발견하려면 MRI나 컴퓨터단층촬영(CT)을 찍어보는 게 좋다.

뇌동맥류나 뇌지주막하출혈 등의 발병 연령이 점차 앞당겨지는 것은 육식 고열량식 등에 의한 고혈압 동맥경화 등의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결국 혈관이 문제다

당뇨병이 있으면 십중팔구 고혈압이 나타나고 이보다는 못하지만 고혈압 역시 상당수가 당뇨병이 된다.

그래서 당뇨병과 혈관 기능 이상은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뇌졸중 심장병의 사고 위험을 증폭시키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당뇨병으로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인슐린 내성(효율저하)이 생기면 혈관내피세포를 자극해 일산화질소(NO)를 분비하고 혈관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는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져 혈관이 수축되고 혈압이 올라가게 된다.

이와 반대로 혈관기능 이상이 있으면 인슐린 내성이 생겨 혈중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혈당이 올라간다.

결국 혈관기능이상은 혈관 확장을 방해하고 혈전 생성을 유도하며 혈관 내 염증을 빈번하게 하므로 뇌심혈관계 발생 가능성을 몇 배로 올리게 된다.

이에 따라 당뇨병에 고혈압약,고혈압에 당뇨병약 등을 쓸 수 있으며 혈관장애 개선 약물도 하나가 아닌 복수로 쓰면 더 나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등 통합적인 치료 패러다임이 모색되고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이상형 서울시립보라매병원 신경외과 교수,이수주 대전 을지대병원 신경과 교수,이정주 부천 세종병원 신경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