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의 중소기업 홍보실에 근무하는 김모 여성은 팔다리가 가늘고 허리도 가는 말라깽이다.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업무를 보는 데다 식사를 불규칙하게 아주 조금 먹고 운동을 아주 싫어하는 체질이다.

30대 중반의 소프트웨어개발 회사 직원인 이모씨는 아침은 거르고,점심은 구내식당에서,저녁은 삼겹살 등 육류나 중국음식 등 고열량 식사를 한다.

매주 하루 이틀은 과음하고 야근이 잦다.

늘 잠이 부족해 주말에는 늦잠을 자고 평일엔 퇴근이 늦다 보니 운동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입사 전에 비해 체중은 그리 늘지 않았는데 배가 불룩 나왔다.

이런 사람들은 피하지방량과 근육량이 적어 겉으로는 날씬해 보이지만 체중 대비 체지방의 비율이 높기 십상이다.

이 같은 '마른 비만'은 '저근육형 비만' 혹은 '대사적 비만',신조어로는 겉은 마르고 속은 뚱뚱한 '토피'(Thin Outside,Fat Inside)로 불린다.

마른 비만은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가 대개 23 미만으로 정상이다.

가장 가는 허리둘레를 가장 두꺼운 엉덩이 둘레로 나눈 수치의 비율이 남자는 0.90 이상,여자는 0.85 이상이면 복부비만인데 마른 비만은 이 기준을 적용해도 정상으로 나올 수 있다.

이에 따라 체지방 CT(컴퓨터단층촬영)로 복부의 횡단면을 찍어 피하지방 대비 내장지방의 면적의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나면 마른 비만으로 판정한다.

하지만 굳이 고가의 검진을 하지 않더라도 체중은 별로 늘지 않았는데 배만 불룩 나왔다든지(허리둘레가 남성은 90㎝ 이상,여성은 85㎝ 이상),팔다리 근육이 지나치게 가늘다면 마른 비만을 의심해볼 수 있다.

체지방 측정기로 남자는 25% 이상(정상 10∼20%),여자는 30% 이상(정상 15∼25%)일 때 마른 비만일 확률이 높다.

마른 비만이 위험한 것은 체지방 중에서도 내장지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피하지방은 과도한 지방세포가 팔 다리를 포함한 피부 밑에 분포하는 것으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반면 내장비만은 복강 안에 쌓인 지방으로 인슐린 저항성(인슐린의 효율성이 떨어져 과잉의 혈당이 남음)과 지방간을 유발하며 전신적인 염증 반응을 촉진해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에 걸리기 쉬운 조건을 만든다.

결국 동맥경화를 거쳐 뇌졸중 심장병 등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마른 비만은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등 운동량이 모자라거나 △평소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거나 △자주 과음하거나 △잦은 다이어트로 요요현상이 반복됐거나 △열량이 압축된 식사를 불규칙하게 할 경우에 생기기 쉽다.

그러나 토피족은 자신이 날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운동 등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는 게 문제다.

올해 초 영국 런던의 헤머스미스병원 연구팀이 외관상 날씬한 300여명의 복부를 자기공명영상촬영(MRI)으로 촬영해봤더니 의외로 내장지방이 많아 영국인의 40%가량이 토피족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더욱이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은 같은 키와 체중을 가진 서구인에 비해 근육량과 골량이 적어 마른 비만이 더 생기기 쉬운 조건을 갖고 있다.

토피족에서 탈출하려면 우선 섭취 열량을 현재보다 줄이되 단백질 칼슘 등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하루 1500㎉의 저열량 식사가 바람직하다.

아침 식사를 반드시 챙겨 몸의 신진대사 속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반면 패스트푸드 빵 과자 등의 야식을 삼가야 한다.

저열량 고단백 식품으로는 닭가슴살,계란흰자,기름 없는 살코기,생선 등이 권장된다.

아울러 체지방을 태우고 부실한 근육을 늘리기 위해 1주에 5회 이상 달리기 등 유산소운동을 하고 아령 역기 등을 이용한 무산소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헬스클럽에서 근력운동이나 수영을 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스트레스가 많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돼 내장비만 축적을 촉진하므로 이를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