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가 비충혈제거제,항히스타민제,진해제 등이 든 어린이 감기약의 시판을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기존 어린이 감기약 의약품설명서에 '의사의 조언을 구할 것'이라고 명시한 것을 앞으로는 '○세 이하에는 추천되지 않음(not recommended)'으로 바꾸도록 했다.

이들 감기약이 성인에게는 안전하고 유효해도 어린이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경고한 셈이다.

자문위는 이를 결정하는 표결에서 2세 미만을 위한 감기약은 21 대 1로,2∼5세용은 13 대 9로 판매 금지를 요청키로 결정했다.

2세 이하의 어린이에게 훨씬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한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2세 미만에겐 부어 있는 콧속 혈관을 수축시켜 콧물을 억제하는 비충혈제거제,6세 미만에게는 염증을 일으키는 히스타민 분비를 차단하는 항히스타민제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명시해 비충혈제거제의 위험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결정이 나온 근본 배경은 성인에게 효과가 있는 감기약 성분을 1970년대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용량만 줄인 채 별도 임상시험 없이 관습적으로 소아에게도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김경수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먹는 약은 위장관에서 흡수돼 간 등에서 대사되고 조직이나 장기에 분포된 다음 신장 등을 통해 배설되는 4단계를 거치는데 소아는 각종 장기가 미성숙해 이런 기능이 떨어진다"며 "소아의 체표면적이나 체중을 성인 기준에 맞춰 기계적으로 용량을 줄여 먹이는 기존 방식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예컨대 신생아나 유아는 위산이 적게 분비되고 음식물이 위에서 빠져나갈 때 6∼8시간이 걸려 성인보다 1∼2시간 길다.

또 체중의 75%가 물로서 성인의 60%보다 많아 약물이 체내에 더 넓게 분포된다.

따라서 성인의 체표면적 또는 체중을 기준 삼아 소아의 용량을 줄여도 약효가 더 오래가거나 강하게 나타날 소지가 있다.

더욱이 유소아들은 약물 간 상호작용이 더 크고 부작용이 생겨도 쉽게 호소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감기약으로 인한 위험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FDA가 1969∼2006년의 자료를 검토한 결과 항히스타민제 복용과 비충혈완화제를 복용한 후 사망한 사례는 각각 69건과 54건으로 대부분 2세 이하의 소아에서 주로 발생했고 과다 복용이 주된 원인이었다.

FDA가 지목한 문제의 6개 성분은 디펜하이드라민 클로르페니라민 브롬페니라민(항히스타민제),페닐에프린 슈도에페드린(비충혈제거제),덱스트로메트로판(진해거담제) 등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자체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브롬페니라민을 제외한 5개 성분 119개 품목이 소아감기약(주로 시럽제)으로 허가돼 있다.

이 같은 문제 제기에 신준수 식약청 의약품관리팀 사무관은 "아이가 밤에 갑자기 아프거나 병원에 갈 시간이 없는 등의 경우 약국에서 소아감기약을 구입해 먹는 것이 편리하고 경제적인 측면이 있다"며 "우선 의사 약사를 상대로 2세 미만에 대한 감기약 사용 및 과량복용시의 위험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고 FDA 조치의 추이를 살펴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