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정호승 '수선화에게'


연못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 반해 빠져죽은 소년 '나르시스'에게서 피어난 꽃이 수선화라 했던가.

스스로에 취해 앞뒤 못가리며 흔들리는 것이 어디 '나르시스'뿐일까.

우리는 과한 기대와 희망 탓에 자주 절망하고 분노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면 삶에서 기대할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성공보다 실패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맞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고 사랑이 크면 외로움이다.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야 한다.

사는 것은 결국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