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2000포인트대 안착에 진통을 겪고 있다.

미국의 성장 불안에 중국의 과열,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등 불확실성을 쌓아가는 가격 변수, 2000선을 넘어설 때마다 늘어나는 주식형펀드 환매 등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새로운 지수대에 대한 적응 기간을 늘리고 있다.

5일 코스피 지수 역시 반등세로 출발하긴 했지만, 기관의 매물에 밀려 하락 반전한 뒤 한때 2000선을 위협하며 경계심을 고조시켰다.

개인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로 시장을 떠받치고는 있지만, 외국인들도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 등에서 언제 2000선을 다시 하회할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단기적인 출렁임은 있겠지만, 새로운 지수대와 장기 상승 추세에 대한 믿음에는 변함이 없는 모습이다.

현대증권의 류용석 연구원은 "미국의 부동산 경기와 경제 성장률 둔화 가능성 등이 글로벌 금융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지만, 연착륙이 지지되면서 투자심리는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경기 침체가 미국 경기의 둔화 요인으로 상존하겠지만, 금리인하의 시차효과와 견조한 수출 및 투자 증가를 기반으로 한 연착륙 가능성이 더 높다는 설명이다.

특히 연착륙의 전제 조건인 고용 증가와 이에 따른 고용 소득의 지속적인 창출이 아직은 큰 흔들림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줄 것으로 내다봤다.

류 연구원은 현재 주식시장의 최대 리스크 요인은 위축된 투자심리라는 점에서 심리가 개선되면 주가 복원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삼성증권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은 원래 쉬운 일이 아니다"며 "지난 2005년 1000포인트를 돌파해 20년간의 박스권을 탈피했던 것처럼 코스피는 갖은 악재를 지나 2000선을 넘어 3000시대를 맞이하는 인고의 열매를 맺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적인 경제 성장과 기업이익의 질적 개선, 투자문화의 변화 등이 지속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의 성장 엔진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

이 증권사 황금단 연구원은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상황은 미국 다우지수가 2000포인트를 돌파해 레벨업됐던 1980년대 후반에 비해 훨씬 양호한 상태"라고 비교 분석했다.

당시 미국은 3% 중반~4% 초반의 저성장 국면에서 물가가 3~4%대로 높았고 금리인하 사이클에 접어들었었지만, 현재 한국은 4~5%대의 경제성장률에 2%대로 안정된 물가, 콜금리 인상 기조 등으로 거시 경제 차원에서 훨씬 우호적인 환경에 있다는 설명이다.

무역 수지가 여전히 좋고 경상수지는 해외투자 증가에 따른 자본수지 악화로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당시 미국 증시의 주가수익배율(PER)이 현재 국내 증시의 PER과 유사한 수준에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역시 한단계 높아질 것이란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황 연구원은 "다우지수의 3000포인트 돌파를 헬스케어와 비경기소비재, 에너지 등이 이끈 것처럼 국내 증시에서도 금융이나 소비재, 에너지 소재 등 주도 업종이 교체·확산되면서 시장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중국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고 내부적으로도 수급 여건이 약화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2000선을 사수하기 위한 힘겨운 몸부림이 이어질 수 있지만, 보다 긴 안목에서는 당장의 고통으로 시장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게 그의 판단이다.

미국도 87년 블랙먼데이와 90년 걸프전을 겪으면서도 한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긴 호흡으로 균형감각을 가지고 인내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이 밖에 한화증권도 내년 중에는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신흥 시장을 넘어설 겻이라면서 코스피 지수가 2550포인트까지 뜀박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3년간 나타난 자금 흐름으로 볼때 시장 참여자들의 투자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면서, 주식의 저평가 매력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투자자들의 애정공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

기업들의 이익 모멘텀은 둔화되겠지만, 속도보다는 이익 개선의 지속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