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鍾範 <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

내년도 예산증가율 7.9%를 놓고 말들이 많다.

분모인 2007년 세출에서 지방교부금 정산액을 제외시키면 8.5%가 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올해 발생한 11조원 초과징수 때문에 내년에 지방교부금 정산을 하게 되면 분자가 커지므로 9.6%가 된다는 주장이 있기도 하다.

그런데 누가 맞는가는 결국 지방교부금의 정산을 언제 하는가에 달려있다.

아직 정산이 이뤄지지 않아서 포함시키면 안 된다는 정부의 주장은 형식논리로는 맞다.

하지만 적어도 나라살림을 알뜰하게 운영한다는 측면에서는 포함시켜서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4조2000억원의 지방교부금이 내년이든 내후년이든 정산될 것은 분명하고 이 돈은 결국 지방정부가 쓸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산 증가율이 크다는 점을 걱정하게 되는 것은 현재의 우리 재정이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부분을 제거하고 구해지는 관리대상수지는 최근 그 적자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직전 5조원의 흑자가 올해는 15조원의 적자로 바뀌었다.

더구나 국가 채무(債務)는 133조원에서 올해 말에는 300조원이 넘게 돼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그동안 정부 예산은 지나고 나면 늘 수지는 악화되고 채무는 늘어났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사실 그동안 예산안을 평가할 때 증가율이 경상성장률보다 큰가 작은가가 기준이 되곤 했다.

예산증가율이 경상성장률보다 크면 팽창이고,작으면 긴축이라는 식으로 판단하는 것이 관행이 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단순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년 경제상황을 판단해 재정을 운용하는 데 더 중요한 것은 재정이 과연 경제를 안정시키는 기능을 잘 발휘할 것인가다.

경제침체가 예상되면 재정을 통해 경기를 진작시키도록 하고 경기가 과열되면 진정시키는 기능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그런데 과거 우리의 재정운용을 평가해보면 경제안정화에 해를 끼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재정팽창지수를 보면 늘 경기침체 때 긴축하고 경기과열기에 팽창하는 엉뚱한 재정운용을 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내년 예산을 짤 때 유념할 것이 무엇인가? 첫째 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될 각종 불확실성을 최대한 염두에 둬야 한다.

예산안을 편성할 때 기준으로 삼았던 유가 60달러,환율 920원,그리고 성장률 5%가 내년도에 가서는 유가 100달러,환율 800원대 그리고 성장률 4%대로 바뀌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둘째 재정수지적자가 커지고 국가채무가 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요인이 상당히 많고 심각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외상사업이라고 일컬어지는 민간자본유치(BTL) 사업의 지출이 앞으로 적자발생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날로 커지고 있고,남북협력을 위한 예산이 더욱 커질 것이며,기초노령연금,그리고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복지부문 지출이 기대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대선 기간에 내놓은 공약(公約)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엄청나게 클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의 공약인 수도이전과 균형발전이 그동안 재정에 상당히 큰 부담을 주었고 앞으로도 그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미 대선주자들이 내놓은 공약만 하더라도 재정소요가 큰 것이 너무나 많은 실정이다.

한반도대운하에서부터 각종 복지공약에 이르기까지 다음 정부의 재정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과연 우리 국민들이 이 부담을 견뎌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가정살림과 마찬가지로 나라살림은 늘 최악의 상황을 설정하고 꾸려나가야 한다.

낙관적으로 생각해서 예산을 짜고 또 집행하면 조금만 대내외 상황이 안 좋아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경제에,그리고 우리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새 정부가 쓸 예산은 이렇듯 걱정을 많이 하면서 보수적으로 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