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 선언'이 임박한 가운데 한나라당 지도부가 이 전 총재에 대한 공개 '압박작전'에 들어갔다.

강재섭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전 총재가 오는 11월21일 창당 10주년 기념식에 떳떳한 마음으로 참석해 줄 것을 기대한다"면서 "한나라당에서 이 전 총재는 (조선시대 왕)'태정태세문단세..'의 태에 해당하는 분인데 그런 분이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이겠는가"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어 "동지들끼리 총부리를 갖다 대고 싸운다는 것은 인간사회를 얼마나 황폐하게 하겠느냐"며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창당 주역인 이 전 총재의 위치를 각인시키며 '출마 포기'를 종용하는 한편 출마할 경우 '적(敵)'으로 맞설 것임을 우회적으로 경고한 것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이 전 총재는 고매한 인격을 갖고 있는 분"이라며 "당을 만들고 두 번이나 대선후보로 출마했던 이 전 총재가 설마 당을 버리고 출마하겠느냐. 그렇게 믿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앞서 라디오방송에서 "당에서 대선후보를 냈으면 승복하는 게 정당정치의 기본"이라면서 "이 전 총재도 당원인 만큼 당의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이 전 총재가 당과 국민의 여망을 무시하고 출마한다면 현재의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며 "현재 지지도는 당원인 것을 전제로 나온 것인 만큼 당을 떠난다면 (기존 지지층이) 지지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 전 총재가 출마한다면 이는 사실상 경선 불복"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학송 박계동 박진 안경률 원희룡 의원 등 재선의원 16명도 공개서한을 통해 "출마는 경선 절차를 깡그리 짓밟는 일"이라며 "출마설이 억측이었음을 통렬하게 보여달라"고 출마 포기를 촉구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