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5일 "이명박 후보와 굳이 만날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후보 측 이재오 최고위원이 '좌시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여러 정황으로 볼 때 사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표를 끌어안아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를 막거나,출마하더라도 힘을 뺀다는 이 후보 측의 이른바 '이박제창(以朴制昌)'전략이 암초에 걸렸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은 "이 전 총재를 지지할 상황은 아니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냉담한 朴=이 최고위원은 이날 "당내에 아직 이 후보를 인정하지 않는 세력이 있는데,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박 전 대표 진영에 공개 사과했다.

그는 최고위 회의와 의원총회에서 "당내 분란을 일으킨 장본인으로서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제 언행으로 인해 당이 시끄러워지는 일은 안 할 것을 약속한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반응은 냉담했다.

박 전 대표는 국회 본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여러차례 "사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당원들과 어렵게 살려낸 당이고 제가 경선을 치르고 나서 정치 발전을 위해 승복까지 했는데 당이 왜 이렇게 됐는지 안타깝다"며 "이 후보와 굳이 만날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친박' 의원 32명은 오찬 모임을 갖고 이 최고위원에 대한 가시적 조치를 취해 줄 것을 당 지도부에 요구키로 했다.

가시적 조치는 최고위원 직에서 물러나고 대선에 일절 관여 하지 않는 것이라고 박 전 대표 측은 전했다.

박 전 대표의 이 후보에 대한 압박은 최근 자신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정국을 활용해 최대한의 것을 얻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나라당 중심 단합"=박 전 대표 측은 이 후보에 대한 강한 압박을 이어가면서도,이 전 총재와 연대 문제에 대해선 일단 "가능성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모임을 가진 박 전 대표 측 의원들은 "이방호 사무총장의 대선자금 발언이 이 전 총재 출마에 기름을 부었다"고 비판하고 "한나라당 중심으로 보수세력이 단합해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박 전 대표 측은 다만 "한나라당이 분열돼 정권 창출이 난망하다고 생각하면 강 건너 불구경하기 힘들지 않겠느냐"며 여운은 남겨뒀다.

한나라당 집권이 힘든 상황이 되면 박 전 대표가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