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올해 중소기업 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린 가운데 3분기 중기 대출 연체율이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업자,시행사 등에 나간 대출 자금이 일부 부실화되고 있는 데다 환율,유가 불안 등으로 제조업체의 채산성도 악화된 탓이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중기 대출 연체율은 3분기 말 1.32%로 전 분기 말에 비해 0.32%포인트나 급등했다.

가계 대출 연체율은 0.51%로 0.07%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지만 3분기 총 연체율은 0.78%로 0.17%포인트나 상승했다.

신한은행도 중기 대출 연체율이 3분기 말 1.24%로 0.26%포인트나 상승했다.

가계 대출 연체율은 0.51%로 0.01%포인트 낮아진 반면 중기 대출 연체율이 급상승,총 연체율이 0.11%포인트 오른 0.80%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중기 대출 연체율이 0.13%포인트 올랐으며 국민은행도 0.04%포인트 상승했다.

중기 대출 연체율이 올라간 것은 부동산 시장에 유입된 대출금의 일부가 제때 회수되지 못하고 있는 게 주 요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근 지방 아파트 경기가 나빠지면서 시행사들이 어려움을 겪어 거액 연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별로 중기 대출의 30% 이상이 건설업과 부동산ㆍ임대업종에 몰리고 있으며 여타 업종에 대한 시설자금 대출도 사업장 토지 건물 등 부동산 관련 자금으로 대부분 운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시중금리 상승으로 이자부담이 커진 데다 원화 강세,고유가,국제원자재 값 상승 등으로 중소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도 연체율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비상이 걸렸다.

은행들은 올 들어 가계 대출 시장이 막히자 경쟁적으로 중기 대출을 늘려왔다.

9월 말까지 중소기업 원화 대출은 51조3000억원(17.6%)가량 늘어 잔액이 342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은행의 원화 대출금 증가액에서 중기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4~2005년 20%대에서 지난해 50%,올해 상반기 81.7%로 급증한 상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중기 대출의 건전성이 아직까지는 비교적 양호한 상태"라면서 "다만 보통 대출이 크게 늘어난 뒤 2∼3년 뒤엔 연체율도 따라서 올라가는 경향이 있는 만큼 중기 대출 관련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