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통신 요금인가제 폐지를 놓고 다시 맞붙었다.

유ㆍ무선 통신 1위 사업자에게 통신망 재판매를 의무화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한 두 부처가 그 결과로 나뉘게 되는 도ㆍ소매 시장을 어떻게 규제할지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쟁점이 뭐길래

공정위는 재판매 의무화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부처 협의 과정에서 그 전제조건으로 기존 소매요금 인가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통부에 전달했다고 5일 밝혔다.

공정위가 정통부의 요금 인가권을 문제삼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공정위는 통신 요금에 대한 정통부의 비대칭 규제(1위 사업자만 요금 인가를 받게 해 전체 시장을 관리하는 제도)가 실질적인 경쟁을 가로막는다는 기본입장을 갖고 있다.

반면 정통부는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진 KT(유선)와 SK텔레콤(무선)의 요금을 내버려두면 후발 사업자가 살아남을 수 없다"며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이 같은 양 부처의 해묵은 갈등이 이번에는 재판매제도 도입을 앞두고 터져 나왔다.

공정위는 "재판매의무화는 통신 규제가 소매 가격 통제에서 도매사업자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로 옮겨가는 것을 의미한다"며 "따라서 지금 하고 있는 소매가격 인가제는 당연히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법 개정안에 소매 요금인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다만 재판매 활성화로 실질적인 경쟁 환경이 갖춰진 뒤에야 1위 사업자의 요금 통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도매사업자(기존 1위 통신사)와 재판매를 희망하는 신규 사업자와의 관계 설정을 놓고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망 사용료 등 계약 조건은 사업자들 간 자율에 맡기는 게 시장원리에 맞다"며 "그래야 많은 회선을 빌려 쓰는 회사가 원가를 낮춰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정통부는 시장지배력을 가진 도매사업자가 고가 재판매를 고집하거나 우호적인 사업자하고만 계약을 맺는다면 이 제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에 결국 정통부 고시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결국은 '밥그릇 싸움'

공정위는 지난 9월 독점감시 기업결합 거래감시 등 기능별로 나눠져 있던 시장감시본부를 업종별로 개편해 제조1~2팀,서비스1~2팀 등을 신설했다.

이는 통신 방송 정유 석유화학 등 경쟁이 잘 이뤄지지 않는 업종에 대한 공정위의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서라는 설명이지만 실은 정통부 산업자원부 등이 쥐고 있는 규제 권한을 빼앗아 오기 위해서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반면 정통부는 통신 시장 규제에 대한 주도권을 공정위에 결코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후발 기업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기엔 통신 시장의 경쟁 여건이 충분히 성숙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통부는 "정부의 개입이 없다면 통신사업자들이 신규투자는 소홀히 하고 기존 설비를 활용해 이익률만 높이려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차기현/양준영 기자 khcha@hankyung.com